솔솔 새는 에너지… 진공·나노기술 단열재로 잡는다

삼성물산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지은 '그린투모로우'는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2009년 완공된 이 건물은 조명에 쓰이는 전기는 물론 냉난방 에너지를 자급자족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68개나 되는 기술을 적용했다. 건물 벽에는 에너지 손실을 막는 첨단 단열 소재가 들어갔다. 유리창도 세 겹으로 된 삼중 유리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에서 분양 중인 센트레빌 아파트에도 에너지 절감 기술이 적용됐다. 법정기준보다 두터운 단열재를 썼고 이중으로 된 복층 유리를 사용한 덕분에 겨울철 난방비를 40%까지 줄였다.

최근 난방비가 치솟으면서 건설업계도 에너지 절감형 주택 건설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은 집 안 열이 빠져나가는 벽과 창에 주목하고 있다.

◇첨단 진공·나노 기술 단열에 이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곳은 창문이다. 전체 난방 에너지 가운데 35%가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다. 아파트 벽을 통해 사라지는 에너지도 상당하다. 전체 난방 에너지의 18%는 벽을 통해 외부로 나간다. 난방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벽과 창문을 통해 사라지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첨단 단열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절감 주택의 건축비는 일반 아파트보다 약 30%가량 더 들어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냉난방비 절감으로 장기적으로 건축비 이상의 비용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건설사들은 최근까지 발포 폴리스티렌, 발포 폴리우레탄 같은 단열재를 사용했다. 이런 단열재들은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기 편하지만, 열이 쉽게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 친환경 주택인 '제로 에너지 건물'이나 '패시브 하우스'처럼 단열 효과가 뛰어난 주택을 지으려면 그만큼 많은 양이 필요하다. 폴리우레탄은 단열 효과가 좋지만 불이 나면 유해가스를 내뿜는 단점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재료가 진공단열보드(VIP·Vacuum Insulation Panel)다. 단열 재료에 외피를 씌운 뒤 내부 공기를 뺀 단열재로, 두께가 얇고 단열 성능이 일반 단열재보다 5~10배가량 높은 것이 특징이다.

첨단 소재로 불리는 에어로겔(Aerogel)도 첨단 단열재로 각광받고 있다. 198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 소재는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굵기인 이산화규소 입자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구조다. 열을 전달하는 공기 분자를 내부에 묶어 둬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50%까지 차단한다.

창문의 단열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로이유리'는 최근 친환경 유리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금속이나 금속산화물로 구성된 여러 겹의 얇은 층을 일반 유리에 코팅해 일반 유리보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50% 뛰어나다. 여름에는 바깥의 더운 열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반대로 겨울에는 집 안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는다. '이맥스유리'도 주목받고 있다. 이맥스유리는 유리 한쪽 면에 금속을 코팅해 단열 효과를 높였다.

하지만 첨단 단열재와 유리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대형건설사 위주로 일부 건물에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녹색건축센터장은 "진공단열보드나 에어로겔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보급을 확대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건축물 온실가스 30% 감축 추진

최근 수도권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중에는 첨단 단열 기술을 사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 가격이 다소 올라가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주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 동탄신도시에 지어진 GS건설의 자이아파트도 고성능 단열재를 벽에 넣어 기존 주택보다 난방비를 절감했다. 대우건설이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에 지은 푸르지오 아파트도 단열재 두께가 3배 두껍고, 바깥쪽 창문에는 22㎜ 두께의 로이유리를 사용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1%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새로 짓는 건물의 에너지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친환경 건설 시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19.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건설 시장에서 친환경 건설 기술의 비중은 2008년 5%에서 2030년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은 건물 단열재를 보강만 해도 해마다 온실가스를 4억6000만t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