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서 워킹화까지… 불황엔 色이 통한다

흑백(黑白)이 대부분이었던 스마트폰 시장에 분홍·빨강 등 화려한 색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노트2 마샨핑크를 출시했다. 이 모델 출시로 삼성전자는 기존 화이트, 그레이, 브라운, 루비에 이어 5가지 색상 라인업을 갖췄다. LG전자도 최근 짙은 갈색과 붉은색의 중간 계열(코도반 레드)의 '옵티머스G'를 출시했다.

이동통신사도 컬러 마케팅〈키워드〉 활용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갤럭시 S3 가넷(석류석) 레드를 단독 출시했다. 진한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 휴대폰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붉은색 계통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컬러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주로 쓰던 컬러마케팅 기법이 전자·통신업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 제품에 색깔을 넣는 차원에서 벗어나 브랜드명이나 대표적인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등 점점 진화하고 있다.

◇재미있는 컬러 네이밍으로 주목

최근 아식스는 워킹화에 다양한 컬러를 채택하고 그 색상을 이름에도 붙인 'G1' 시리즈를 출시했다. '오렌지를 신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을 지닌 오렌지슈루슈, '바나나 신고 신나게 슬라이드'라는 뜻의 바나나슬라이, '블루색의 신발을 신고 걸으면 기분이 룰루해진다'는 블루룰루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제품 광고에도 해당 컬러를 최대한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제일모직의 캐주얼브랜드 '바이크 리페어샵' 역시 화사한 색상의 바지에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불타는 금요일'에 어울리는 와인색 바지라는 뜻의 불금와인, 멘털(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화사한 노란색이라는 뜻의 멘붕옐로 등 20대 감성과 트렌드를 반영했다.

자동차 업계에도 컬러 바람이 거세다. 2011년 큰 인기를 끌었던 GM 경차 스파크의 화사한 분홍색(모나코 핑크)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도 빛의 굴절을 이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특수 도장(塗裝) 기술을 벨로스터에 첫 적용해 한정판매에 나섰다.

◇2030세대가 컬러 마케팅의 원동력

색상이 브랜드명이 되기도 한다. 가방업체 쌤소나이트는 20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제품 라인 이름을 '레드'라고 지었다. 붉은색이 젊음의 열정과 패기를 상징한다는 뜻에서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기존 제품은 중후하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블랙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컬러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컬러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여러 감각이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87%가 시각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이미지에 쉽게 반응하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기업들은 특정 컬러를 사용해 정보와 이미지를 좀 더 쉽게 전달하려고 한다. 제일기획 이재환 팀장은 "경쟁이 심화되고 불황심리가 강하게 작용할수록 감성적 가치를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컬러 마케팅이 중요해진다"며 "제품이나 기업의 독창적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컬러를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급부상한 2030세대(20대와 30대)의 소비능력도 컬러 마케팅의 진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32%가 30대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억압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개성이 담긴 상품 구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려는 특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봄에는 TV홈쇼핑·패션업계 등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젊은 층이 선호하는 밝고 화려한 색상을 제품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화려하고 선명한 색깔들이 전통적으로 불황기에 주목받는 특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

색상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 기법. 사람은 색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이것이 곧 구매 충동으로 직결된다는 것이 기본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