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빅3 모두 판매 900만대 돌파… 1위 싸움 치열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927만6000대로 최종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GM의 지난해 판매실적(928만8000대)을 1만2000대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일본 도요타(975만대)와 더불어 자동차 '빅3' 업체의 연간 판매량이 모두 900만대를 넘긴 것은 사상 최초다. 선두권 업체들은 올해 중위권과 격차를 더 벌려 확실한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빅3', 연간 판매 1000만대 시대

세계 신차 수요 증가율은 한자릿수지만, 상위 3개사의 판매 증가율은 두자릿수다. 상위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은 "어느 한 업체도 확실한 1위 자리에 안주할 수 없는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상위 3개사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은 GM 독주체제였다. GM은 무려 80여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도요타가 생산 효율과 신차 경쟁력으로 2008년 1위에 오르고, 2009년엔 GM이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경쟁 구도는 대혼전에 접어들었다.

1위 도요타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 대비 2% 늘어난 991만대로 발표했다. 업계에선 이를 지극히 보수적인 수치로 보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판매가 호전될 경우, 이제껏 어느 자동차 회사도 밟아보지 못한 '마(魔)의 1000만대 고지'를 처음으로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작년 일본·중국의 영토분쟁 변수만 없었어도, 도요타가 이미 1000만대 고지를 달성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요타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일(反日) 감정을 넘기 위해 철저히 현지형으로 개발하고, 회사 로고도 넣지 않은 중국 전략형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을 잡는 자가 승자

빅3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폴크스바겐그룹이다. 저가차부터 최고급차까지 11개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지역별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포트폴리오를 짠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 회사는 한 개의 플랫폼(엔진·변속기 등 차의 기본 뼈대)으로 전체 차량의 95%를 만드는 설계 혁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5년 뒤인 2018년에 1000만대를 돌파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게 중장기 목표다. 올 1월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날 정도로 실적이 좋아서 1000만대 달성 시점도 그만큼 앞당겨질 전망이다.

최후의 승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GM은 2015년 중국에서 5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500만대는 지난해 현지 총 판매량 대비 75% 늘어난 것이다. GM 세계 판매량의 절반에 달한다. 이를 위해 GM은 현지 합작사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중국 토종 업체들의 생산 시설을 사들일 계획이다.

작년까지 GM은 중국 판매 1위를 지켰다. 올 1월에는 폴크스바겐의 승용차 판매량(30만1000대)이 GM(29만2000대)을 넘어섰다.

◇현대·기아 등 중위권 업체들, 생존경쟁 내몰려

4위 르노·닛산·아브토바즈 연합과 5위 현대·기아차, 6위 포드 등 중위권 업체들은 빅3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르노·닛산은 러시아 1위 업체 아브토바즈를 인수한 덕분에 800만대까지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그룹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2년째 판매량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도요타·폴크스바겐 등의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와 맞대결을 펼치는 중이다. 올해는 엔저까지 겹치면서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속속 완공하면서 내년이면 현지에서 170만대 체제를 갖춰 선두권을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중하위권 업체 중 푸조·피아트 등은 벌써 도태되고 있다"며 "상위권에 편입되려면 더욱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