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기사 나간 뒤 새벽 해장국 먹는 게 가장 기뻤다"

방우영(方又榮·85) 조선일보 상임고문이 5일 조선일보 창립 93주년을 맞아 60년 근속상(勤續賞)을 받았다. 방 상임고문은 1952년 5월 조선일보에 몸담아 육십갑자가 한 바퀴 돌도록 신문과 함께했다. 93년 조선일보 역사의 3분의 2를 하루는 특종에 웃고 하루는 낙종(落種)에 탄식하며 젊어서는 일선 기자로, 나이 들어서는 신문 경영인으로 살았다. 방 고문은 "꿈같은 60년이었다"고 했다.

방 고문은 조선일보를 중흥시킨 계초 방응모의 손자이지만 공무국에서 기사 원고를 들고 납 활자를 뽑는 일부터 시작했다. "숙련된 문선공(文選工)이 1분에 27자를 뽑을 때 10자쯤 뽑아 체면치레는 했다"고 회상한다. 이듬해 편집국으로 들어온 방 고문은 사회부·경제부 기자로 뛰었다. 기자로 사건 현장을 더 누비고 싶었지만 1962년 형님 뜻에 따라 상무로 경영에 투입되면서 펜을 놓았다. 방 고문은 "부장은커녕 차장 한번 못 해보고 기자를 그만둔 게 한(恨)이 된다"며 웃었다.

방 고문은 어려운 신문사 살림을 도맡고 빚 독촉, 세금 독촉 막느라 혼자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했다. 당시엔 신문용지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고 광고를 할 기업도 많지 않았다. 64년엔 정부가 신문을 옥죌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만들려 하자 신문용지 공급이 끊길 각오를 하고 반대했다. 방 고문은 "그 무렵 홍종인 회장이 이른 말씀을 평생 지키며 살았다"고 했다. "일등 신문 만들려면 일등 가는 사람 데려와 일등 시설 갖추고 일등 대접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방 고문은 "한 해 절반쯤을 기자들과 어울려 지냈다"고 했다. 스스럼없이 소주잔과 막걸리잔을 나눴다. 글쟁이들의 반항적인 괴짜 기질을 좋아했다. "기자는 글과 실력으로 승부하고 옳은 소리를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사장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올 줄도 알아야 합니다." 방 고문은 특종 기사를 찍어낸 뒤 새벽에 기자들과 함께 청진동 해장국집에 간 일들이 60년 신문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60년대 초반 10만부를 밑돌던 조선일보 발행 부수는 방 고문이 사장이 된 1970년 35만부를 기록했다. 79년에는 100만부, 91년엔 200만부를 넘어섰다.

방 고문은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75년 기자 서른 명이 언론 자유를 외치며 신문 제작을 거부하다 회사를 떠난 일을 꼽았다. 방 고문은 이때 신문사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재정 독립 없이는 언론 자유를 지키기 어려웠고 정치권력과 싸우지 않고는 신문을 지켜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언론인이 아니라 신문인이라고 부른다. "언론인은 기사와 논설을 쓰는 기자들이고, 신문인은 기자들이 좋은 신문 만들도록 뒷받침하는 경영자"라고 했다.

방 고문은 64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왔다. 사 모으고 읽은 책도 5000권을 넘어 그중 3000권으로 사내 도서관을 만들었다. 방 고문은 신문 인생 60년의 소회로 "기자들이 책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신문들이 다 비슷비슷한 것도 기자들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예로 기자들이 상용한자를 깨우쳐서 갈수록 고령화하는 독자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했다.

"기자는 비판해야 세상이 알아줍니다. 우물우물하지 말고 쓸 것 다 써야 합니다." 방 고문은 "신문이 오늘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는 것은 내일을 위해서다. 그래야 내일의 사람들이 오늘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