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카도 전기모터 달아… 유럽 달리는 친환경차

고급 스포츠카가 친환경차로 바뀌기 시작했다.

5일(현지 시각) 개막된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거대한 엔진을 달아 기름 소모가 심했던 고성능 수퍼카들마저 전기모터를 달고 나오기 시작했다. 엔진으로만 고성능을 내면 연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저속·단거리를 달릴 때 전기모터가 차를 움직여 연비를 30~40%씩 개선한 것이다.

페라리 신차 F150은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해 연비를 이전 모델보다 40%나 향상시켰다. 맥라렌의 출력 900마력짜리 P1도 전기모터만으로 10km를 달릴 수 있다. 10km 이내 거리의 시내를 달릴 경우, 기름을 소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렉서스는 주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100g도 안 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세단 IS300h를 내놓았다.

◇전기모터 안 달면 스포츠카 못 팔 수도

전기모터를 탑재한 고성능 스포츠카가 늘어나는 이유는 유럽 연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4~5년 내 유럽에서 100% 엔진으로만 달리는 고성능 스포츠카는 아예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대부분의 유럽 업체는 2020년 배출기준에 맞추려면 지금보다도 연비를 30~50%가량 추가로 개선해야 한다. 개선하지 못하면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된다. 벌금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EC(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2008년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한도를 2015년까지 주행거리 1㎞당 평균 130g으로 제한했고, 2020년까지는 모든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으로 낮춘다. 또 EU(유럽연합)가 컨설팅회사 리카르도-AEA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대당 배출량은 1km당 60~70g까지 줄일 가능성도 나온다. 국산 휘발유 차량 가운데 배출량이 가장 적은 기아차 모닝(1km당 100g)조차 기준을 훨씬 초과할 만큼 가혹한 조건이다. km당 70g 이상은 전기모터를 활용하지 않고는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변은 없었다

모터쇼 개막 전날인 4일, 행사장 팔렉스포(PALEXPO)에서 2013년 유럽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시상식이 열렸다. 최종 후보 8대 중 폴크스바겐의 신형 골프가 414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도요타 86(202점)을 배 이상 앞섰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현대차 i30는 8위에 그쳤다.

골프는 구형보다 100kg이나 가벼워지고 연비가 23% 향상된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올해의 차' 수상 소감에서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형 골프에 만족하지 않고, 아우디 A3, 포르셰 파나메라 등 CO₂ 배출량을 크게 떨어뜨린 '플러그인' 고급차를 내놓아 고급차 시장의 연비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고급 중·소형차 시장 '노크'

현대차는 7인승 '그랜드 싼타페'를 유럽에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는 2층 전시관에서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 다음으로 좋은 맨 안쪽 중앙에 자리 잡아 유럽 내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기아차는 '프로보(Provo·개발명 KED-9)'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고성능 고급 소형차'로 개발된 3도어 해치백이다. 이름은 '도발적인 혹은 진취적인'이란 의미의 영어 단어 'Provocative'에서 따왔다. 유럽 전략차 씨드의 고성능 모델인 '씨드 GT(Gran Turismo)'와 '프로씨드 GT'도 최초 공개, 상반기부터 유럽 준중형 고성능차 시장을 공략한다.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현지명 뉴로디우스)'를 유럽에 처음 선보였다. 글로벌 전략 모델 SIV-1(Smart Interface Vehicle) 콘셉트카도 세계 최초 공개했다. 한국 IT의 장점을 총동원한 '정보통신 융합형 SUV'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