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 주한대사들에게 한국문학을 말하다

"전업 작가로 살고 있지만 영어 소설을 번역하고 자전거로 국토를 종단한 적도 있고 전기기타 연주회를 열었으며 사진 찍는 솜씨는 수준급, 마라톤 대회에도 나갔는데 시도 쓸 생각이랍니다. 아이고, 이력 한번 대단하다~!"

5일 밤 서울 성북동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과 서울문학회가 공동 개최한 '서울문학회 30회 기념행사'에서 문학평론가 심진경씨가 소설가 김연수씨를 소개하다 말고 감탄사를 터뜨리자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서울문학회는 라르스 바례 전(前) 주한 스웨덴 대사가 동료 주한 외국 대사들을 모아 발족한 '한국 문학을 향유하는 외교관들의 모임'. 2006년 12월부터 분기마다 국내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은 라르스 다니엘손 현 대사가 모임을 이끈다. 그간 초대받은 한국 문인은 고은 시인과 소설가 고(故) 박완서씨, 이문열·오정희·은희경·김영하·정영문씨 등이다.

대사들은 초대 작가가 정해지면 영어나 자국어로 번역된 책을 미리 읽고 온다. 30회를 맞은 이날의 작가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쓴 김연수(43)씨와 '안녕, 엘레나'의 김인숙(50)씨, '저녁의 구애'로 잘 알려진 편혜영(41)씨 등 3명. 작가들이 대표작을 낭독한 뒤 심씨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비야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안토니우 노브르 주한 포르투갈 대사, 칼린 파비안 주한 루마니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 20여명은 세 작가가 추구하는 독특한 문학 세계와 이미지에 귀를 기울였다.

대사들은 달리기와 글쓰기의 상관관계를 특히 궁금해했다. "유럽에서도 일반인은 2~3%만 마라톤을 뛰는데 작가들은 8.5%가 마라톤을 한다"는 것. 김연수씨는 "출발점에서 결승점까지 가는 데 달리기와 글의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최종 지점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최종 지점에 갈 때까지의 과정에 있어요. 처음부터 대단한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좋은 글 못 씁니다."

70~80년대 운동권 작가로 활동하며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써온 김인숙씨는 문학적으로 30년간 장수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소설을 쓸 때 오직 나에게만 관심을 갖고 나의 존재로부터 타인을 보려고 한다.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면서 계속 한 지점에 있는 현재형 작가로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편혜영씨는 "내가 진짜 무서운 건, 모르는 대상에 의해 소멸(전염병)되고 강제 이주(파견 근무)되는 사회의 견고한 시스템"이라며 자기 작품의 특징을 '공포'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행사가 끝난 뒤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교수(영문학과)는 "서울문학회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여서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 스웨덴 대사가 이 같은 행사를 치르는 것은 한국 문학을 이해시키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학회는 30회를 기점으로 주한 외국 대사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고, 자국에 한국 문학을 다양하게 소개하기로 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한국에는 '한국 문학'이라는 보물이 있다. 문화 대사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