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로 갈아타세요" 재형저축 유치 전쟁

7일 오전 외환은행 각 영업점 직원들이 일제히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한번 방문하셔서 어제 드셨던 재형저축은 해지하시고, 새 상품에 가입하십시오…."

전날 재형저축에 가입했던 고객 290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더 높은 금리의 신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안내하는 전화였다. 은행 측이 연 4.3%로 고지했던 재형저축 최고 금리를 하루 만에 4.6%로 올린 데 따른 소동이었다.

외환은행은 당초 재형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20만명에게 보너스 금리 0.3%포인트를 얹어줘 최고 4.6% 금리를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과당 경쟁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선착순 보너스 금리가 백지화되면서 최고 금리가 4.3%로 낮아졌다. 그 결과 재형저축 판매 첫날, 판매 실적이 바닥을 기자 금리를 급히 올린 것이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도 같은 이유로 금리를 하루 만에 4.6%로 올렸다.

◇재형저축 금리전쟁 2라운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형저축 출시 첫날 가장 많은 손님을 끌어들인 곳은 우리은행(7만2280명)이었다. 기업은행(6만5532명)과 국민은행(5만9372명)이 그 뒤를 이었다. 지점 수가 다른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기업은행은 업계 최고 금리인 4.6%를 무기로 덩치 큰 은행들과 비슷한 실적을 거뒀다.

A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각 은행 간의 재형저축 금리 차이를 캐묻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0.1%포인트 금리 차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최고금리가 4.0% 정도로 다른 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은 SC은행과 씨티은행은 판매 첫날 재형저축 가입고객이 20여명에 그쳤다.

오는 20일 산업은행이 인터넷 전용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면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은행 창구 대신 인터넷을 통해 재형저축을 판매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절감분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재형저축 금리를 0.1~0.2%포인트 더 줄 계획이다.

◇하와이여행권 등 경품 거는 과열

재형저축 판매 이틀째인 7일 각 은행 영업점에는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업은행 본점에 있는 영업점의 고객 대기 시간은 평소의 2배인 10분을 훌쩍 넘겼다. 창구 직원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경품까지 내걸고 고객 선점에 목을 매고 있다. 가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하와이 여행권(우리은행), 아이패드 미니(국민은행), 모바일상품권(기업은행) 등의 선물을 주는 식이다. 은행에 따라선 직원별로 유치 계좌수를 할당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형저축 판매 경쟁엔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4% 초반대 상품을 이미 출시했다. 저축은행과 우체국은 다음 주, 보험사는 다음 달에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는다. 금리는 4% 초중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