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케스트라, 오늘은 솔리스트

빈이나 베를린에서 '오텐잠머'라는 이름은 클라리넷 명가로 통한다. 아버지 에른스트 오텐잠머(58)와 장남 다니엘(27)은 빈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나란히 활동 중. 차남 안드레아스(24)도 2011년 스물둘 나이에 베를린 필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뽑혔다. 이들 삼부자는 '클라리노츠'라는 클라리넷 3중주단으로 한 해 20회쯤 세계 투어를 갖는다. 최근 차남 안드레아스는 명문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첫 독집 음반을 발매하며 솔리스트 겸업을 선언했다. 5일 내한한 그는 "가족들과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 가장 안 좋은 점은 리허설을 거르게 된다는 점이며 가장 좋은 점도 연습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 클라리넷 삼부자처럼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 활동을 겸업하는 '투잡(two job)족'을 세계 음악계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투잡족'의 진원지. 22세 때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뽑혔던 에마뉘엘 파위(43)는 음반사 EMI를 통해 20여 장의 독집 음반을 발표한 인기 독주자다. 옆자리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48)도 2008년 데카 음반사를 통해 비발디 음반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솔로 겸업을 선언했다. 일본계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시모토 가이신(34)과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47)에 이르기까지 베를린 필은 곧바로 '수퍼 독주자'들의 집합체다.

안드레아스는 "빈 필은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와 발레 연주를 겸하기 때문에 쉴 틈을 내기 쉽지 않다"며 "콘서트에만 집중하는 베를린 필은 연주자들에게 독주 기회를 넉넉하게 부여한다"고 했다. 시카고 심포니의 플루트 수석 마티유 뒤포르(41),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오보에 수석 라몬 오르테카 퀘로(25)까지 유독 목관 연주자들 가운데 '투잡족'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한정호 차장은 "금관 연주자들은 레퍼토리 폭이 넓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향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29)가 오는 6월 28일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3곡)을 연주하고, 코리안 심포니의 트럼펫 수석 안희찬(48)씨도 단골 협연자로 초대받는다. 하지만 국내 교향악단에서 단원과 솔로를 겸하는 '투잡족'은 아직 걸음마 단계.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단원들의 솔로 활동을 과외 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악단의 연주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