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감성에 목마른 소비자들 '이야기'를 원한다

보험사 메리츠화재의 캐릭터 '걱정인형'은 2011년 7월 선보인 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잠을 못 이루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작은 인형을 쥐여주고 걱정을 말한 뒤 베개 밑에 두면 걱정이 없어진다는 인형인데, 과테말라 인디언들의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김종문 차장은 "메리와 에코, 라라 등 캐릭터 6개를 동화책과 스마트폰 앱, 어린이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고객의 걱정을 덜어준다는 보험 산업의 의미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 캐릭터를 만들기 전 5% 선이던 회사 인지도는 최근 10%로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기업 브랜드나 특정 제품 이미지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캐릭터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캐릭터에 브랜드나 제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덧붙여, 다른 광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다.

종전엔 식품 기업들이 주로 사용했는데 최근엔 건설·정유업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정유업종으로도 확산

캐릭터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감성에 목말라 있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캐릭터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썼던 건설업체에서도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1년 4월 '정대우 과장'이라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정대우에는 회사가 설립된 1973년에 태어난 판매기술직 사원으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3년 동안 근무한 13년차 과장이라는 인격을 부여했다. 사내 공모를 통해 정해진 이름에는 바르고(正), 인간적으로 따뜻한 면모를 갖췄다는 의미를 담았다. 건설업체의 딱딱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고안했는데, '정대우 밴드'까지 결성되며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광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친근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유회사 에쓰오일의 캐릭터 '구도일'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좋은 기름이라는 뜻의 '굿 오일'에서 이름을 따왔다. 12세 사춘기 소년 구도일은 액체 모양을 본뜬 머리에 에쓰오일의 상징인 노란색 피부, 초록색 멜빵바지를 입고 있다. 중동이 고향인 '좋은 기름' 가문의 5대 독자로 "좋은 기름이 되겠다"는 목표로 중동에서 사막을 넘고 바다를 건너 서울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입혔다. 회사 관계자는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금호타이어의 또로, 효성의 하이맨, 러시앤캐시의 무과장, 넥센의 턱돌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광고 비용 줄이면서도 소비자 감성에 호소

캐릭터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확산되는 것은 광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고,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해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노션 박명진 팀장은 "단순화된 시각적 이미지와 오락적인 요소를 통해 각 기업 브랜드의 고유성을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겹치기 출연이나 연예인의 스캔들로 인한 이미지 실추 우려도 없다.

코카콜라의 캐릭터 산타클로스와 북극곰이 대표적 사례다. 코카콜라는 1931년 겨울에 매출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배가 나온 산타클로스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산타클로스가 익살스럽게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은 전 세계에 퍼졌다.

1993년에 선보인 북극곰 캐릭터는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을 살리자는 캠페인과 함께 기업 이미지까지 높였다. 코카콜라 구남주 부장은 "두 캐릭터를 통해 코카콜라의 겨울 판매량이 여름 시즌과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맥도널드의 로널드, KFC의 커넬 샌더스, 듀라셀의 듀라버니, 켈로그의 토니 등도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다.

다만 업계에선 캐릭터가 허구적이기 때문에 재밌는 이야기를 친근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예쁘게 만드는 데만 치중하면 캐릭터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실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비추미나 우리투자증권의 옥토 캐릭터가 이런 사례로 거론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