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어머니 뼛조각 가슴에 품고… 10년간 18만명에 孝를 전하다

"맵디 매운 '신오적(辛五賊)'이 창궐한다. 나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를 모르는 도적이 첫째, 아이 낳지 않고 키우지 않는 도적이 둘째다. 내 몸이라고 내 맘대로 자살하는 도적이 셋째, 가정을 무너뜨리는 도적이 넷째다. 다섯째는 지식만 앞세워 인성(人性)을 도외시하는 도적이다."

부모를 죽이고 노인을 학대하는 패륜, 폭력과 왕따로 얼룩진 학교, 우울증과 자살…. '효 사관학교장' 신석산(55)씨는 현대 사회의 병리를 풀어내는 해법이 우리 전통 효(孝) 사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효 운동'을 시작한 신씨는 지금까지 1000여명의 '효 지도자'를 배출했고, 이들과 함께 유치원 어린이부터 고교생까지 18만명에게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가르쳤다. 이런 공로로 지난달 제37회 삼성효행상 특별상을 받았다.

부산 지하철 수영역 지하상가에는 신씨가 세운 '효 문화 지원본부'가 있다. 정문에 '자식이 효도하여 부모가 함께 즐거워하니 가정이 화목해지고 만사가 잘 이루어진다(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는 글귀가 보였다. 사무실은 내달 초 시작하는 제10기 효 사관학교에 지원하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육군3사관학교를 나와 1980년 소위로 임관한 신씨는 1992년 소령으로 예편하기까지 공병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군인과 효 사상, 두 가지를 연결하는 고리는 어머니였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신씨 어머니는 노점과 행상으로 삼남매를 키웠다. 신씨에겐 정신질환을 앓던 형님, 몸이 불편했던 누님이 있었다.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이들을 잊고 살겠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파주·원주·홍천·대구를 돌며 근무하던 신씨에게 1991년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선 간경화로 반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 했고, 주변에선 "성치 않은 자식들 돌보느라 간이 녹아내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신씨는 군복을 벗고 어머니 병구완을 했다. 간 질환에 좋다는 한약재를 찾아 전국을 누볐고, 부산 구포역 고가도로 밑에 아예 약재상을 차렸다. 어머니 건강을 기원해 이름은 '만수무강'이라고 지었다. 극진한 간병 덕이었을까. 어머니는 10년을 더 살았다. 어머니가 삶에서 겪은 무학(無學)의 지혜를 아들은 '어머님의 120가지 가르침'이란 책으로 엮었다. "부뚜막에 흘린 밥알에 싹 나던?"이란 말은 한번 가버리면 두 번 기약할 수 없는 이 세상, 정말 열심히 살라는 뜻이었다.

2002년 1월 23일, 어머니는 75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신씨는 화장한 어머니 유골에서 작은 뼛조각 하나를 챙겼다. 그걸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팍 주머니에 지금껏 넣고 다닌다. "평생 자식이라는 굴레 속에 살다 간 그분에게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신씨는 그해 8월 1일 부산역광장에서 '효 생각 시민운동본부' 발대식을 열었다. 부자자효(父慈子孝·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롭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행을 다하라), 이효수신(以孝守身·자신의 몸을 지켜 효를 행하라)의 정신을 전하기로 했다.

그는 매월 1일을 '효의 날'로 정해 기념하자는 시민운동을 128개월 동안 이어가고 있다. 150여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국회에 청원도 했다. 2008년에는 효 사관학교를 열었다. 1년에 두 차례, 하루 4시간씩 8회에 걸쳐 효 강의를 듣고 모의 장례식을 통해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다. 부산에서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된 것도 그의 공이 크다.

신씨는 '효는 행복이야'란 청소년극 얘기를 했다. 장기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들이 판사·의사·교수처럼 번듯한 직업을 가진 자식 자랑을 하지만 저녁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자식은 호떡장수 아들뿐이라는 내용의 대본을 직접 썼다고 했다.

신씨는 오는 9월 부산 지역에서 효도 가족 100쌍을 공모한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효의 날'은 부모님 은덕만 기리자는 게 아니라 주변의 모든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한 달을 시작하자는 뜻"이라며 "한국의 효, 한효(韓孝) 사상을 인류의 정신적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