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부인 위하는 마음이 애틋하더군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고통받는 나라를 돕는 데 헌신적인 것은 그가 참혹한 전쟁을 겪고, 폐허로부터 일어선 한국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 톰 플레이트(Plate·69)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교수는 자신이 쓴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Conversation with Ban Ki-Moon):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유엔' 출판 기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2일(현지 시각) 뉴욕 프린스턴클럽에서 열린 행사에서 반 총장과의 대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묻는 물음에 "반 총장이 6·25전쟁을 회고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며 "반 총장은 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빈곤국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플레이트 교수는 2010년부터 아시아 주요 지도자를 소개하는 연작 대담집 '아시아의 거인' 시리즈를 내고 있으며, 이번 작품은 그 네 번째에 해당한다. 1편은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2편은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3편은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가 각각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반 총장을 네 번째 주인공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아시아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두 번째 인물이고, 특히 아시아에서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 출신이기 때문"이라며 "유엔도 만장일치로 그의 연임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플레이트 교수는 반 총장과 2시간씩의 공식 대담을 7차례 나눴고, 그 외에도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와 동반으로 만찬, 공연 관람 등 사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이번 책을 썼다. 그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반 총장의 '부인 사랑'도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이 일에만 몰두하고 출장을 자주 다녀 집에 오래 있지 못한 데 대해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가 여성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플레이트 교수는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서방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보도가 잇달았다. 하지만 이는 인종 차별 또는 선입견에 불과했다. 그는 실적으로 자격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반 총장은 "유엔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플레이트 교수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가 가진 철학과 신념, 목표 등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을 지낸 플레이트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존 메이저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오부치 게이조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두루 인터뷰한 국제정치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날 출판 기념회에는 반 총장 부부를 비롯해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손세주 뉴욕총영사, 주요국 외교관, 출판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