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저비용 항공사, 동남아 하늘에서 격돌

아시아 시대다. 동남아 하늘이 항공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 노선을 둘러싼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최근 들어 대형 항공사들도 동남아 노선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취항지가 다양해 관광지로 인기일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항공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 신규 노선 속속 개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인천~콜롬보(스리랑카)~몰디브 노선을 개설하고 첫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항공사가 몰디브에 취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지난해 1월 베트남 다낭 취항을 시작으로 미얀마 양곤(지난해 9월), 콜롬보~몰디브 노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도 31일부터 미얀마 양곤에 정기편을 띄운다. 최근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고 있는 미얀마는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어 불교 관광 수요와 함께 비즈니스 수요가 높다. 오는 7월에는 인천~자카르타, 인천~발리 노선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영업담당 김남수 상무는 "동남아 지역은 국내 기업의 해외 출장 수요가 부쩍 늘었고, 한류 열풍까지 겹쳐 현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들도 동남아 노선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일본과 동남아를 취항지로 하는 신규 노선 2~3개를 새롭게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방콕·마닐라·세부 노선을 운항 중인 제주항공은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80% 정도를 유지할 정도로 동남아 노선은 인기"라며 "올해도 태국·필리핀 지역으로의 추가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는 지난해 신규 취항한 국제선 4개 중 2개가 대만 타이베이, 라오스 비엔티안일 정도로 동남아 노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세부·홍콩·마카오 노선 등을 운항 중인 에어부산도 "휴가철에 이용하려면,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 정도로 인기"라며 "올해도 동남아 지역의 추가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저비용 항공사 격돌

동남아 지역을 둘러싼 글로벌 대형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그룹이 아시아 지역 최대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말레이시아 국영 항공우주산업과 각각 49%, 51%씩 지분을 출자해 말린도(Malindo)항공을 세웠다. 말린도 항공은 오는 22일 말레이시아 국내선 운항을 시작으로, 중국 광저우(廣州)·홍콩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라이언에어의 도전에 맞서, 에어아시아도 동남아 노선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올해 32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데, 이 중 25대를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의 노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 4분기에는 인도 지역에도 진출해, '에어아시아 인디아'를 세울 계획이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은 "에어아시아의 항공기 공급 확대와 새로운 신규 항공사의 출범은 동남아 노선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겠지만, 한편으로는 잠재 여객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