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人] "갓 82세가 됐을 뿐, 특별대우 마세요"

지난 12일 숙명여대 국제4관 101호실. 백발의 외국인 여성이 20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학생이 "패티(Patty), 오늘은 아이패드 안 가져왔어?"라고 묻자, 그녀는 "오늘은 깜빡 잊고 못 가져왔네"라며 웃었다. 이날의 주제는 '글로벌 마케팅의 기초'. 교수가 "이제 발표를 시작하자"고 하자 윌슨씨도 책을 꺼냈다.

1931년생인 퍼트리샤 윌슨(Wilson·82)씨는 지난 2일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국제 홍보 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한국의 최고령 외국인 유학생'이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지 60년 만에 한국에서 두 번째 석사 학위에 도전한 셈이다. 매주 두 번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수업을 듣는다. 윌슨씨는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면서, "여든두 살이나 먹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올해 갓 82세가 됐을 뿐(I am 82 years new)"이라고 말했다.

윌슨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남편과 사별한 뒤 여성봉사단체인 서울국제여성협회(SIWA)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였다. 그해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한국을 방문한 그는 전국 중학교를 돌며 소외 계층 청소년을 위해 영어교육 봉사활동을 했다. 젊은 시절 공립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한 경험을 살렸다. 한국을 택한 것은 둘째 사위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윌슨씨가 다시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이병종 교수 덕분이다. 입학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지 60년이나 지나 학위증명서와 성적표 등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졸업장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고, 학적부 전산화가 안 된 시절에 학교를 다녀 모교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겨우 마련한 서류도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해서 거주지인 플로리다에서 일리노이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갔다.

그는 현재 서울 평창동의 외국인 전용 민박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하철로 통학하며 수업시간에는 아이패드로 필기한다. 스마트폰 사용에도 어려움이 없다. 윌슨씨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 다들 영어를 잘하고 똑똑하다"고 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평가를 받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