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19 03:08 | 수정 : 2013.03.20 06:28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 日 건축가 이토 도요오]
일본인으로 6번째 수상… 한국은 아직 수상자 없어
대지진에도 끄떡 않던 설계 "건축 본질에 가까이 있다"

이번에도 '또' 일본 건축가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이 17일(미국 현지 시각) 2013년 수상자로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伊東豊雄·72·사진)를 선정했다. 1979년 제정된 프리츠커상은 호텔그룹 하얏트재단이 매해 생존 건축가에게 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으로, 안도 다다오를 비롯해 자하 하디드·프랭크 게리·장 누벨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역대 수상자다.

이토의 수상으로 일본 건축계는 필립 존슨·리처드 마이어 등을 배출한 미국과 함께 프리츠커상 수상자 최다(最多) 배출국이 됐다. 프리츠커상 34년 역사에 무려 6명의 수상자(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니시자와 류에&세지마 가즈요)를 배출한 것(수상 횟수는 5회). 지난해엔 중국의 건축가 왕수(50)도 이 상을 받았다. 반면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이날 이토를 수상자로 발표하며 "이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시간의 흐름에도 변함없는 건물, 그리고 독특함과 보편성을 조화시킨 건축가"라고 했다.

(왼쪽 위)일본 도쿄에 있는 미키모토 매장(2005). 덩어리 치즈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어 '치즈 빌딩'으로 불린다. (오른쪽 위)일본 요코하마의‘바람의 탑’(1986). 소용돌이치듯 솟아오르는 이 건물은 날씨에 따라 조명이 달라진다. (아래)일본 미야기현의 센다이미디어테크(2000). 유리 기둥 13개가 건물 안에 박혀 있다. /하얏트재단·박세미 기자·Tomio Ohashi 제공
건축계에서 '모더니즘에 반대한 우상 타파자'(뉴욕타임스)로도 불리는 이토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안도 다다오(72)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러나 건축언어는 정반대다. 안도가 노출콘크리트의 묵직함과 빛·그림자를 활용한 검박한 스타일로 '일본성'을 구축했다면, 이토는 하늘로 소용돌이치듯 솟은 수직적 건물, 물기둥처럼 힘이 세 보이는 공간, 불규칙적으로 사방에서 떨어지는 빛을 내세운다. 더불어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의 유리와 금속을 즐겨 쓰면서도 대지진에 끄떡하지 않는 내진(耐震) 설계를 갖춰, 건축의 본질에도 가까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1년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사업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이토의 원래 꿈은 야구선수였지만 도쿄대 건축학과에 진학하며 건축가의 길을 걸었다. 목재상을 하던 할아버지, 남의 집 그리기를 즐겨하던 아버지, 당시로는 드물게 유명 건축가(아시하라 요시노부)에게 집 설계를 맡긴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센다이시의 '센다이미디어테크'(2000)는 내부를 관통하는 13개 튜브형 유리공간으로 구성된 공연장 겸 카페·갤러리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도 멀쩡하게 버텨 화제가 됐다. 빛과 바람·온도 등 자연적 환경에 따라 반응하도록 한 인터랙티브 건축(바람의 탑), 불규칙적인 펀칭 조명(마쓰모토공연예술센터·고엔지극장), 비정형적인 건물 외피(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오모테산도 토즈) 등도 대표적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엔 이와테현 지진 피해자 쉼터 '모두를 위한 집(Home-for-All)'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주제로 지난해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일본관 전시를 기획했고,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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