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제 3C(Consumption·City·Clean)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17일 끝났다. 향후 10년간 중국을 통치할 주요 지도자의 인선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결정됐다.

정무와 외교를 총괄하는 주석과 부주석에는 시진핑(習近平)과 리위안차오(李源潮)가, 경제와 민생을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에는 리커창(李克强)이 선임되었다. 리커창 총리는 취임회견에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 민생 안정, 공정 사회 건설을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정치 개혁보다 민생에 주력할 듯

이번에 주석으로 취임해 당·정·군 3권을 장악한 시진핑은 "호랑이도 파리도 부패했다면 다 잡아들인다"며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한 부패 척결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중국의 난제인 정치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99.9%의 찬성으로 시진핑을 주석으로 선출한 전인대에서도 정치 민주화의 조짐은 없었다. 이는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관료들을 지칭)과 연합해서 정권을 잡았고 공청단파(후진타오 전 주석이 키운 공산주의청년단)와 공조해서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태자당(중국 공산당 원로들의 자제들) 출신 시진핑의 태생적인 입지의 한계 때문이다.

임기 중 정치 개혁을 주장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마저도 마지막 정부 업무보고에서 2013년 7.5%의 경제 성장과 3.5%의 물가, 2%의 재정 적자 목표를 제시하고 "어린 봉황의 목소리가 더 청아하다"는 당나라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 후임 총리 리커창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과도한 투자로 경기 과열과 과잉 설비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아온 중국이 성장 속도를 늦추는 대신, 민생 안정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꾼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주력할 분야는 정부 조직 개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새 정부는 운수교통부, 위생인구계획부, 식품안전부, 언론문화부, 해양부, 에너지부를 신설했다.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호적제도 개선과 한 자녀 문제, 먹거리 안전과 미디어 문제 그리고 국가 전략인 해양과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에 포진한 시장주의자

공대 출신 무관(武官)들이 30년간 통치했던 중국은 이제 두 명의 법학박사와 한 명의 경제학박사 출신 문관(文官)이 다스리게 되었다.

시진핑과 리위안차오는 법학박사이고, 리커창은 경제학박사다. "새 정부의 통치 철학은 경제 원리에 따라 법대로 처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지도자들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 그간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로, 시장 우선이 아니라 정치 우선으로 국가를 다스렸던 중국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가부주석과 총리다. 리위안차오 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시장주의자인 리이닝(歷以寧) 베이징대 교수의 제자들이다. 리이닝 교수는 시장 경제를 주장하면 매국노로 매도당하던 시절부터 중국을 시장 경제로 바꾸고 국유 기업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리주식(歷股份)'이란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리 부주석과 리 총리 두 사람은 리이닝 교수와 공저로 '국가 번영의 전략 선택'이란 책도 펴냈다. 리 총리는 부인이 영문학 교수이고 스스로도 역대 지도자들 중 영어가 가장 완벽한 인물이며, 리 부주석은 최고위 지도자 중 최초로 하버드대에서 공부해 글로벌한 시각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정무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의 궁합이 맞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의 경제 정책 핵심은 '3C'

앞으로 10년 중국 경제를 이끌 리커창의 경제 정책 핵심은 소비(cons umption), 도시(city), 환경(clean)의 3C로 요약된다.

지난 1949년부터 2007년까지 58년간 중국의 은행대출 총액은 26조위안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중국은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4년간 30조위안을 풀었다. 지금 중국은 세계 최대의 통화 발행국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중국의 통화량은(M2)는 100조위안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9배나 된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 폭등, 과잉 생산 설비와 기업의 연쇄 부도가 발생했다. 중국이 과거처럼 투자와 수출 주도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 재정 적자폭을 확대해 복지 지출을 늘리고,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소비 중심 성장 전략이다.

리 총리는 또 "미래 10년 중국의 성장 엔진은 도시화"라고 선언했다. 그의 석박사 논문의 주제는 바로 농촌의 공업화와 도시화였다. 안휘성 농촌 출신 리커창이 25년간 꿈꿔왔던 농촌의 '도시화 꿈'은 이제 현실로 바뀌고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역사 이래 최대의 도시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2015년까지 3600만채의 집을 짓고 2020년까지 4억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의 중심에 도시화 문제 전문가인 리커창 총리가 있다. 중국은 호적이 농촌에 있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반(半)도시인인 2억6000만명의 농민공들에게 도시 호적을 주고, 추가로 1억4000만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로 유입시키기로 했다.

리커창의 도시화는 기존의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든 도시화와는 다르다. 대규모 환경 투자를 통해 '깨끗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도시로 이주할 4억명의 농촌인구가 공해 없는 깨끗한 도시에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0년간 40조위안(약 72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이 되면 중국의 도시인구는 8억5000만명으로 미국과 유럽의 도시인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이들의 소비력이 중국 내수와 세계의 소비재 산업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 전망이다. 중국 제품을 사다 쓰던 서방 세계가 이제 중국에 물건을 파는 전쟁을 벌일 때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