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년만에… 전·현임 교황 한자리에 서다

2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남쪽의 소도시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여름 별장에 흰색 헬리콥터가 내렸다. 교황 프란치스코(76)가 내리자 지난달 28일 퇴임 후 이곳에 머물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지팡이를 짚고 착륙장까지 나와 두 팔을 벌려 포옹했다.

지난 13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된 후 첫 만남이다. 베네딕토 16세는 1415년 교황 그레고리 12세 이후 처음으로 자진 사임했다. 따라서 전·현임 교황이 한자리에 함께한 것도 598년 만의 일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별장에 딸린 작은 성당을 찾았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전용 무릎 방석을 권하자 교황 프란치스코는 "우리는 형제"라며 혼자 사용하기를 고사했다. 두 사람은 좀 더 기다란 무릎 방석에서 나란히 기도했다. 두 교황은 도서실로 자리를 옮겨 약 45분간 배석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비서들과 함께 식사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액자를 선물했다. 그는 "이 액자가 '겸손의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베네딕토 16세 당신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두 교황의 만남은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순명(順命)을 맹세했고, 교황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 16세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