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人] "벽화 덕분에 난동 부리는 酒暴이 줄었대요"

경찰서 유치장 회색 벽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화사한 그림들이 화제다. 추계예술대 미술학부 학생들이 지난달 서울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직접 그린 이른바 '힐링 벽화'. 박생수 서대문경찰서장은 "주폭 등 유치장에 입감된 이들이 극심한 불안감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정서 안정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힐링 벽화 아이디어를 냈다"고 24일 말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추계예술대 측에 이런 취지를 전하며 재능 기부 차원에서 벽화를 그려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호응한 이 대학 미술학부 학생들은 지난달 4~8일 유치장 4개실 8개 벽면에 모두 10점의 그림을 그렸다.

남성 수용방에는 푸른 언덕 위의 나무와 하늘을 나는 새를 그렸다. 여백을 충분히 살려 입감자들이 유치장을 넓고 쾌적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경미범 방에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을 그려 갇힌 공간의 답답함을 풀고 심적 동요를 다스릴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출입문과 여성 수용방에도 힐링 벽화가 그려졌다. 벽화 제작에 참여한 추계예술대 총학생회장 박동근(23)씨는 "각 방의 입감자 유형을 고려해 벽화 주제를 정했다"며 "유치장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낯설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다"고 했다.

입감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최근 주취(酒醉) 폭력으로 입건된 A씨는 "벽화가 그려진 유치장은 처음"이라며 "마치 학교에 온 듯해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했다. 서대문경찰서 수사과는 "힐링 벽화가 그려진 이후 유치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입감자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입감자뿐만 아니라 경찰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