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민감한 부자들, 요즘 변액보험으로 몰린다

올해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절세(節稅)'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된 자산가들 사이에 변액보험과 연금저축펀드를 활용한 신종 재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펀드나 채권에 투자할 때 관련 펀드에 직접 돈을 넣는 게 아니라 변액보험이나 연금저축펀드를 거쳐 '우회 투자'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예컨대 1억원의 자금을 해외 채권형 펀드에 넣어 1500만원 수익이 나면 약 23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1년치 수익이 2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41.8%(지방세 포함)의 종합소득세율에 걸려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자금을 변액보험에 넣어 굴리다가 10년 후에 찾으면, 10년 유지 시 비과세된다는 보험 고유의 혜택이 적용돼 내야 할 세금이 없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올해 금융과세가 강화되면서 변액보험을 통해 해외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초기 사업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해외 펀드·채권의 세율(15.4%)보다는 낮다는 점에 착안한 투자법"이라고 말했다.

◇'우회 투자'로 절세

변액보험이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주식·채권에 투자한 후 운용 성과에 따라 보험금을 받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10% 안팎의 비싼 사업비(보험 영업에서 소요되는 비용)를 떼어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몫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변액보험 사업비 의무 공시제도 시행 이후, 중소형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반값으로 줄인 신(新)변액보험을 속속 선보이면서 자산가들이 변액보험의 장점인 절세 기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해외채권이나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15.4%의 세금을 내고 심지어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변액보험으로 투자하고 5% 사업비만 내면 수익이 얼마가 나든 세금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세를 위한 우회 투자 수단으로 변액보험을 선택할 땐, 유의해야 할 점이 많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10년을 못 채우고 중도 해약하면 세금을 다 물어야 하고 단기간 가입 후 해지하면 원금보다 적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세법이 개정되어 변액보험 역시 일시납 보험료가 2억원을 넘는 경우에는 10년 유지 시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고 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펀드, 절세 및 복리투자 일석이조

변액보험처럼 완전 비과세 통장은 아니지만,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틈새 상품으로 신(新)연금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연금펀드는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를 구별하지 않고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1년에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연금펀드는 1년 납입한도가 종전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어났고,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 내야 하는 세율이 최저 3.3%(종전 5.5%)로 내려갔다.

김근호 하나은행 세무사는 "연금펀드를 활용해 해외 주식형·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면 400만원까진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추가 납입액 1400만원에 대해서도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일반 세율(15.4%)보다 훨씬 낮아 자산가들이 세테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펀드의 경우 수익에 대한 세금을 그때그때 내지 않고 세금 납부를 연금을 받는 55세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을 원금에 합쳐 계속 굴리면 복리(複利)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