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야후 "폐지" 발표에 빌 게이츠 "안돼"… 재택근무, 당신 생각은?

세계 경영계에 재택근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가 재택근무를 폐지한다고 밝히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은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어떨까?

2년 전 재택근무를 도입한 표현명 KT 사장(T&C부문장)과 재택근무 도입에 반대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상반된 생각을 Weekly BIZ가 들어봤다.



표현명 KT사장 "해야한다"

2년 전 全社적으로 도입한 후 직원들 주도적·창의적으로 변해
하반기 직원 20% 재택근무 시킬것

재택근무는 시대적 트렌드다. 재택근무의 본질은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 업무의 비생산적 요소를 줄이자는 것이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ritish Telecom)을 롤 모델 삼아 2년 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월평균으로 보면 전체 임직원 3만여명 가운데 약 9%인 2500명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 1인당 월 3.2일꼴이다. 하반기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재택근무의 성과는 놀랍다. 직원들은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바뀌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직원의 72%는 '집중도가 높아졌다', 69%는 '창의성이 높아졌다'고 대답했다. 또 확실한 업무 성과 중심 문화로 전환하면서 노동시간은 성과 측정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었다.

재택근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명확한 업무 목표를 상사와 협의하고, 이에 따른 과학적 평가를 실시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화상회의를 접목하면 사무실과 비슷한 업무 환경도 조성할 수 있다.

일각에선 '재택근무가 IT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박한다. 물론 우리도 전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업'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다른 대부분의 업종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재택근무에 좀 더 적합한 업종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무 결과가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며, 명확한 업무 수행 완료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 재택근무를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회계나 세무, 고객관리(CRM), 디자인,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이다.

재택근무의 장점 중 하나는 상사가 직원을 '어린 아이'처럼 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자리에서 업무를 전달하는 '지시자'가 아니라 직원의 자율적 업무 추진을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평적이고 동반자적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데다 상명하달식 문화에 젖어 있다. 이젠 근로자에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장소의 선택 권한을 줘야 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시기 상조"

직원끼리 서로 마주보며 일해야 업무 생산성 훨씬 높아져
재택근무, 특정 직군에 그칠 것

재택근무는 반드시 따라야 할 시대적 트렌드가 아니다. 새로운 기업 문화의 상징인 것처럼 번졌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현대카드는 아예 재택근무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재택근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성과와 단점을 기반으로 다시 정비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특정 업종이나 직군이 아닌 범용 제도로 확산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업무에는 특정한 일을 '숙제'처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구성원과 교류도 포함된다. 옆 책상 동료와 얼굴을 보고 의논하는 것과 재택근무 중인 동료와 원격으로 의논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겠는가.

야후가 '직원들이 대면해 교류하며 경험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며 재택근무를 폐지한 것처럼, 나는 직원끼리 마주 보고 일해야 훨씬 업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데 동의한다. 물론 오전 8시30분 출근에 1시간의 점심시간을 지켜야 하는 문화는 다소 엄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근무 행태는 동료와 약속이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기본이자 질서이다.

현대카드에서 매달 한 차례 열리는 '마켓플레이스'란 모임을 보면 왜 우리가 재택근무를 애초 고려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50명이 넘는 전 임원이 사무실을 벗어나 강당에 한데 모여 한나절 업무를 함께 치른다. 부서 간 장벽을 없애고 생각의 시너지를 유도하자는 취지인데 디지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오류나 업무 공백이 없다. 바로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창의력을 발휘한다.

재택근무의 둘째 문제는 혼자 일하면서 업무 집중도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 개인의 정신 무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 문화와 HR(인적자원관리), IT가 함께 진화해야 해결이 되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경영계에서 재택근무의 무분별한 도입은 멈출 것이고, 특정 직군이나 업무로 한정돼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