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소박함만 알았다면, 화려함도 보시라

삼성미술관리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 전시를 각각 마련했다. 고미술전인 '금은보화(金銀寶貨):한국 전통공예의 미'에는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회장 때부터 모은 전통공예품이 대거 나온다. '미장센-연출된 장면'전은 영화를 모티프로 한 사진·영상 작품전. 두 전시를 동시에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두 전시가 기획된 데는 '마음'이 작용한 것 같다. 전통·현대미술 모두 우리가 최고 명가(名家)다, 하는 자부심 말이다.

◇금은보화전:화려하고 세련된 한국의 美

전시실은 동굴처럼 어둡다. 고려시대 은제 주자(注子·주전자)와 승반(承盤·주전자 받침 접시)은 성물(聖物)처럼 놓여있다. 뚜껑은 연꽃 위에 우뚝 선 봉황 모양, 주구(注口)는 대나무 마디 형상이다. 연꽃을 형상화한 몸통엔 섬세한 초화문(草花紋)을 새겨 우아함을 더했다. 12세기 제작된 이 주자·승반 세트는 고려 귀족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던 공예품. 고려 공예품 중 대표작으로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된 것을 빌려왔다.

'금은보화:한국 전통공예의 미'는 회화·조각에 밀려 곁가지 취급받던 우리 전통공예를 고급 예술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국보 214호 청동은입사운룡문향완(리움 소장), 국보 80호 통일신라 금제여래입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339호 신라 서봉총(瑞鳳塚) 금관(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등 전국 박물관·미술관의 명품 공예품 65점을 망라했다. 전시품 중 국보가 9점, 보물이 14점이다.

불교 공예품 전시실은 석굴암처럼 꾸몄다. 비도(扉道·연결통로)에서 보물 1359호 금동 사리외함에 새겨진 사천왕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은 후, 주실(主室)의 금동 불·보살상 6점과 극적으로 맞닥뜨려 경배하게 되는 구조다. 전시 기획자인 조지윤 책임연구원은 "'여백'과 '소박함'뿐 아니라 화려함과 세련된 정교함도 분명 한국미의 한 측면"이라고 했다.

◇미장센전:미술의 영화적 상상력

'미장센-연출된 장면들'전은 이제는 문화의 발신처가 된 '영화'에 사진과 영상작업이라는 '제물'을 바치는 듯한 전시다.

미셸 푸코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이중적으로 연결된 그림"이라 평했던 벨라스케스의 명화 '시녀들'(1656)을 재해석한 작품은 미국 작가 이브 수스만(52)의 영상 '알카자르의 89초'(2004).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영화보다 더 은밀하게 녹아있다.

캐나다 작가 아다드 하나(42)의 '//////1초의 절반//////'은 영화 '하녀'(김기영·1960)의 신을 서양 배우들이 재연하는 12개의 모니터로 보여준다. 영화의 1초는 24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되는데, 12개의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1초의 절반'이란 제목을 붙인 것. 정연두(44)는 울산의 까마귀 떼를 배경으로 히치콕의 영화 '새'의 이미지를 뒤섞거나, 전방 초소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면을 재연한다.

금은보화전은 지하 1층 블랙박스, '미장센전'은 지하 2층 그라운드 갤러리. 28일부터 6월2일까지. 관람료는 일반 7000원.(02) 2014-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