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人] GDP 1% 기부하는 나라… "선한 가치 알리는 게 즐거웠을 뿐인데"

"접시에 과자가 한 개 남으면 스웨덴 사람들은 절대 손대지 않아요. 결국은 제가 먹지요. 하하!"

스웨덴 사람도 한국인 못지않게 수줍음 많고 예의바르다는 얘기를 하다가 박현정(48)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겸손이 몸에 밴 사람들이죠. '네가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규범을 어릴 때부터 배우니까요."

박씨는 주한 스웨덴대사관 '문화공보실장'이다. 전 세계 스웨덴 대사관에서 비(非)스웨덴인이 문화공보실장을 맡은 유일한 경우다. 다음 달 1일엔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 '북극성훈장'을 받는다. 1748년 제정된 북극성훈장은 스웨덴 국왕이 국가수반을 제외한 외국 국민에게 수여한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 왕실이 자국 대사관의 현지 직원에게 훈장을 주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살다 보니 밥상 말고 다른 상도 받는다"며 너스레를 떠는 박현정씨는 스웨덴대사관에서만 햇수로 25년 일했다. 7명의 대사를 거쳤고,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만 네 번 만났다. 대사관 '업계'에서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어린이도서전부터 지난해 스웨덴 국왕 부부 방한,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이노베이티브 스웨덴' 박람회까지 모두 그의 머리에서 기획됐다. "복지, 양성 평등, 정치 투명성 말고도 스웨덴은 GDP의 1%를 국제사회개발원조에 기부하는 나라예요. 그 선한 가치들을 알리는 게 즐거워서 자꾸 일을 벌이지요."

스웨덴은 북한과도 수교국이라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도 있다. "2007년 탈북자들이 라오스 주재 스웨덴대사관에 잠입해 미국 망명을 요청했을 때 급파된 적이 있어요. 북한 사람을 그때 처음 봤지요. 그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개인감정을 실어선 안 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이화여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연봉을 두 배로 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가 종종 있지만 안 갔다. "좋아하는 일 해야죠. 그 덕에 밤 10시까지 야근을 밥 먹듯 하지만. 남들은 스웨덴대사관이라 하니 오후 4시면 퇴근하는 줄 알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