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도 반한 국산 車부품… 20년 새 수출 50배로

지난해 2월 미국 디트로이트 크라이슬러 본사의 테크센터. 북미 3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구매·연구개발 담당자 300여명이 모였다. 크라이슬러 초청으로 현대모비스 등 국내 16개의 자동차 부품 업체가 자사 제품을 전시한 것이다.

설립 40년이 넘은 자동차 브레이크 제조업체 남양공업 홍성종 회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외국 완성차 업체로 부품을 수출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장벽이었다"면서 "지금은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10%를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독일 시장도 뚫다

'국내용'으로 불리던 자동차 부품의 수출 규모가 20년 사이 50배 증가했다. 수출 효자 종목인 완성차 수출과 함께 자동차 부품 수출도 증가해 '형님과 아우'의 동반 성장을 보인 것이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46억달러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해외 생산 기지를 활발하게 건설했고, 해외 업체들의 수요도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1992년 5억달러를 소폭 웃돌았던 자동차부품 수출은 지난해 246억1000만달러로 20년 새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자동차 부품 수출액(246억달러)은 2011년 한 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천연가스 규모(239억달러)를 웃돌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로는 최근 5년간(2008∼2012년) 곡물과 과일의 수입액(194억달러)보다 많다.

국내 자동차 부품의 성장세는 중국, 미국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과의 교역에서도 확인된다, 작년 중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44억58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對美)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56억4200만달러로 수입액(3억6600만달러)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특히 우리 기술력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본과 독일 시장에서의 선전은 돋보인다. 1992년 대(對)일본 수출액은 7000만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수출액은 7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부품 위상 높아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 29개사가 참가한 '한국 자동차 부품 전시 상담회'에는 GM브라질 현지 법인 구매담당자와 1차 부품 협력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 부품에 눈길조차 안 주던 포르쉐도 지난 1월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만을 대상으로 첫 전시 상담회를 개최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수출은 대상 업체와 품목에서도 질적으로 성장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2002부터 2008년까지 중국 화타이자동차와 난징자동차 등에 스티어링칼럼과 섀시모듈 등을 납품했다. 2009년 이후에는 BMW와 다임러, 폴크스바겐 등에 오디오와 램프류 등을 수출했다. 건당 수주 금액도 2000만~7000만달러 수준에서 2억달러대로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동반 진출 큰 역할

국내 자동차 부품 '빅3'에 들어가는 만도는 지난 4년간 BMW와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에 부품을 공급한 데 이어 2011년부터 닛산에 서스펜션을 공급하면서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수출 급성장은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은 자사 납품 부품 업체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데 반해 현대·기아차 등은 10여년 전부터 부품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진출 시 협력 업체와 동반 진출을 적극 추진했고, 부품 협력 업체들이 다른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서 "부품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함으로써 수익을 늘려, 이를 다시 R&D에 재투자함으로써 기술 역량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