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먹는 어머니 심정을 프랑스도 共感하더군요"

"휴머니즘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외국에서도 큰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한국의 대표적 여류 시인 문정희(66) 동국대 석좌교수가 프랑스 문학 축제 '시인들의 봄'에 출판사 '브뤼노 두세'의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지난 9일 시작해 24일 막을 내린 이 행사에 한국 시인 중 프랑스 측 공식 초청을 받은 건 문 교수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일 파리 디드로 대학에서 시 낭송회를 열고, 22일 주불(駐佛) 한국문화원에서 100여명의 독자와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23일에는 전 세계에서 온 10여명의 시인과 함께 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문 교수가 이 문학 축제에 초대된 것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그의 시선집 '찬밥을 먹던 사람(Celle qui mangeait le riz froid, 김현자·미셸 콜로 공역)'이 출간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문 교수가 펴낸 시집 10여권에서 80편을 추려 엮은 책이다. 이 시집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외칠 필요 없다'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90년 전통을 가진 문예지 '유럽(Europe)'에 소개되기도 했다.

"페미니즘(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 사람들이 과연 혼자 '찬밥'을 먹는 한국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하지만 여성의 강인한 생명력과 헌신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정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 중 문 교수는 라디오에 출연하고 파리 도서전시회에서 사인회를 가졌다. 문씨를 인터뷰한 '알리그르 FM'의 소피 아뤽 기자는 "그의 시는 여성의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독자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프랑스와 한국 시단(詩壇)의 차이점에 대해 "최근 한국의 시는 기법이나 서정성에 치중하는 작품이 많은 반면, 프랑스는 강렬한 메시지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인간의 본질에 충실한 프랑스의 시풍은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번 축제 참가를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해외에서 한국 문학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진지하게 분석하고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오는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 낭송회를 갖는 등 해외 활동을 활발하게 할 예정이다. 그는 "대중가요뿐 아니라 한국의 문학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