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반포 타운' 시동… 잠실 롯데와 강남大戰

신세계가 경부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인수했다. 이로써 바로 옆에 있는 센트럴시티와 함께 서울 반포동 일대 노른자위 땅 4만4000여평을 소유하게 됐다. 신세계는 장기적으로 두 부지를 개발해 '신세계 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 일대는 '반포 신세계'와 '잠실 롯데'의 양대 유통사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세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수

신세계는 1일 최대 주주로 있는 센트럴시티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SEBT투자회사로부터 22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SEBT주식회사는 IBK투자증권과 K스톤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사모펀드로 금호산업으로부터 인수한 지분을 신세계에 되판 것이다.

지분 인수로 신세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최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나머지 주주는 한진(16.67%)·천일고속(16.67%)·한일고속(11.11%)·동부(11.11%)·중앙고속(5.54%)·동양고속(0.16%) 등 고속버스 사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서울 반포4동에 있는 경부선 고속버스터미널 땅과 건물을 소유하며 정류장 매표 사업과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다. 소유 부지 2만6351평에는 본관과 신관, 고속버스 하차장 3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보유한 부동산을 공시지가로 환산하면 906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는 서울의 핵심 노른자위 땅인 반포동 일대에 부지 4만4351평을 확보했다. 지난해 바로 옆에 있는 센트럴시티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센트럴시티는 1만8000여평 터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메리어트 호텔,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 영화관 등이 들어 있는 복합건물이자, 이 땅과 건물을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반포에 '신세계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부 고속버스터미널이 외곽으로 빠지거나 재개발될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당장 개발계획이 나오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도심 복합쇼핑몰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남권 신세계-롯데 경쟁 구도 뚜렷

유통업계는 서울 강남 일대가 유통업계 맞수인 '반포 신세계'와 '잠실 롯데'로 나뉘게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시네마 등으로 구성된 복합 단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합하면 대지 면적은 6만4천여평에 달한다.

신세계가 반포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롯데 공략에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해 센트럴시티를 인수한 데는 롯데 측의 공격에서 백화점 강남점을 지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지난해 인천점이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 측이 사들인 데다가 강남에 뚜렷한 점포가 없는 롯데가 당시 센트럴시티까지 인수하려고 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장재영 대표는 "강남점 영업 면적을 넓혀 롯데백화점 본점을 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경부터미널이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종합개발 청사진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예전에 우리에게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수 제의가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개발 계획이 불투명한 데다 지분이 많이 나뉘어 있어 실제로 개발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