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人] "남성 중심의 현실정치… 여성 대통령에 시간 좀 더 줘야죠"

"들어와 보니 정치의 수가 하수(下手)야. 나꼼수 저리가라예요. 우린 기업인이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잖아요. 한국 정치인들 보면 골목 안에서 골목대장들이 싸우는 수준이랄까요? 그래서 내가 '재미없고 지루한 정치판을 혁명하러 들어왔다', 그랬던 거예요(웃음)."

파격 행보로 주목을 받았던 김성주(57) 성주그룹 회장이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겪은 비화를 털어놨다. 2일, 서울 청담동 MCM 본사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 해외연수 장학금 전달식'에서다. "첫날 선대위에 출근하는데 당대표가 정치언어와 기업언어는 다르니 입조심하라 당부하더군요. 여기는 상어떼가 드글거리는 곳이라면서, 하하!" 그럼에도 '나는 재벌좌파' '혁명'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은 것은 "전략이었다"고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정몽준 의원이 보여요. 내일자 신문 헤드라인으로 '재벌2세들을 선대위에 모아놨다'가 나올 게 뻔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바닥부터 박스 나르며 기업을 일군 재벌좌파다' 해버렸죠." 쫄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것도 "논쟁을 통한 반대급부적인 마케팅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 실제로 김성주의 빨간 운동화와 쇼커트 머리는 새누리당 이미지를 '젊게' 쇄신하는 데 일익했다.

김성주 회장은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단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직접 만들었다는 그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인 것은 맞는데, '준비된 대통령'인 것도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대통령에게 시간을 좀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 중심의 여의도 정치, 밀실, 패거리 정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변화를 일으키긴 어려울 겁니다. 정직하신 분이니, 군불 때듯이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 진면모가 나타날 거라고 믿어요."

기업인으로 완전히 '컴백'한 김 회장은 지난달 포브스아시아 '파워 여성 50인'에 선정됐다. 요즘 중국 시장에 전력 중이다. "우리보다 100배 더 큰 영토를 보고 '아, 이건 나의 밥이다' 했지요. 3년 이내로 중국을 정복하지 못하면 한국은 중국 경제에 복속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하더군요. 우리 재벌기업들 5년 후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