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神만 믿어야 구원? 난 석달 새 7번 개종했다

"신(神)은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하지만 맘에 드는 사람만 천국에 들여보낸다니, 신에게 잘 보여야겠다. 그런데 죽은 뒤에 만날 신이 내가 아는 그 신이 아니면 어쩌지?" 독일의 저널리스트 위르겐 슈미더(34)는 이런 엉뚱한 질문에 사로잡혔다.

세상 종교를 하나로 뭉뚱그리거나 전부 없애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는 "되도록 많은 종교를 믿으며 장점을 취하는 '범신앙론자(Alltheist)'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구원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종교에서 제시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50% 이상 스스로를 일치시키자"고 결심했다. 각종 경전과 종교서적 150권, 종교영화 DVD 100편을 사는 것으로 시작, 그는 필리핀에서 귀신 쫓는 의식을 지켜보고, 중국 도교 사원에서 명상을 배웠으며, 사이언톨로지 스위스본부장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최근 발간된 책 '구원 확률 높이기 프로젝트'(펜타그램)는 슈미더가 4년간 30여 가지 종교를 좌충우돌하며 경험한 기록이다.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솔직하게 묻자. 그냥 인생이 무료했던 건 아닌가?

"누구나 의문을 갖는다. '사는 동안, 또 죽은 뒤에도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하지?' 나는 이 질문을 묻어두는 대신 당시의 내 종교(가톨릭)에 비춰 살폈고, 답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른 종교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경전 속 신의 모습은 질투가 많고 때론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럼 확률이 제일 높아 보이는 한 종교에 모든 걸 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전혀. 만약 신이 잔혹하며 질투하는 존재라면, 인간에겐 애초에 구원의 기회가 없을 거다. 나는 그 존재가 '신'이건, '우주'이건, '카르마'이건, 본질적으로 '선(善)하다'고 생각한다. 바르게 산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구원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험 시작 석 달 만에 7번 개종했다. 종교적 상징물을 사들여 몸에 걸치고 방을 꾸몄고, 그 종교의 방식으로 생활했다. 미쳤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런 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전에도 '40일간 거짓말 안 하고 살아보기' 같은 실험으로 책을 쓴 적이 있어, 대부분 이해해줬다.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내 동생은 신부(神父)다."

―당신은 주변에 잘못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고, 또 그들에게 고백받고 용서해주려 '해방의 편지'를 보냈다. 가장 용서하고 용서받기 힘든 잘못은 뭐였나?

"18살 때쯤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웠다. 15년이나 지났는데, 그 여자는 '절대 용서 못한다'며 길길이 뛰더라. 나로서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등 뒤에서 해코지한 사람을 용서하기 어려웠다."

―종교에 관한 지식이 늘어난다고 정말 그 종교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걸까?

"크리스천의 단 5%만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한다. 다른 종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자기 종교와 다르면 그냥 '틀렸다' '나쁘다'고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실험을 통해 나는 다른 종교에 대해 더 열린 자세를 갖게 됐다."

―당신은 결국 "종교로부터 뭘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종교를 믿음으로써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자"고 결론 내린 듯 보인다.

"모든 종교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며, 죽음이 끝이 아니길 바라고, 죽음 이후에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어느 신을 믿느냐가 아니라, 삶과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며 또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문제 아닐까."

―그래서 당신의 구원 확률은 높아졌다고 믿나?

"하하. 우리 모두 죽은 뒤엔 알 수 있겠지!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고, 죽음 뒤에도 행복하게 친구들과 재회하고 싶다. 바라건대, 여러분 모두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천국, 극락, 아름다운 피안(彼岸)… 그 어디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