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에 내리막길 타는 자동차株

자동차주(株)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에서 연비 과장 광고를 해 주가에 타격을 받았는데, 올해 들어선 엔저(低)와 '리콜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4일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차량 187만대를 리콜한다는 소식에 자동차주는 물론 부품주 주가까지 하락했다.

◇현대·기아차 187만대 리콜…자동차주 하락

지난 3일 현대·기아자동차는 브레이크등(燈) 스위치와 에어백 결함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총 13개 차종 187만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와 해외에서 실시한 단위 리콜 중 최대 규모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5.1% 내린 20만7000원을 기록했고, 기아자동차는 3.3% 떨어진 5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장중 한때 5% 넘게 밀리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 하락했다.

자동차 부품주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대유에이텍과 에스엘, 대원강업은 4% 넘게 떨어졌고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평화산업, 상신브레이크 등도 3%가량 하락했다.

외국인들도 이날 자동차주를 대거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23억원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했는데, 이 중 자동차주가 속한 운송 장비 업종을 2465억원어치 팔았고 현대차를 2090억원 순매도했다.

◇日 자동차는 쌩쌩

국내 자동차주가 고전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주는 최근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광고 사태가 터진 이후 이 한 달 동안에만 도요타와 혼다의 주가는 14~16%가량 올랐다. 이 기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0.4%와 2.1%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를 놓고 보면 일본과 한국 자동차 업체의 주가 흐름이 더 확연히 갈린다. 연초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가 5~6%가량 하락하는 동안 도요타와 혼다는 15~23%가량 상승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가 터져 나온 이후만 해도 도요타의 주가는 2010년 한 해 동안 20% 정도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부각되면서 중국 판매량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연비 과장 광고, 리콜 등 우리나라 업체에 악재가 이어진 데다 일본이 엔화 약세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일에도 일본은행은 이날 매달 채권 7조엔(약 82조원)을 추가 매입하고 매입 자산을 늘리기로 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양적 완화로 엔화가 많이 풀리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으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