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돈의 맛'… 국내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

올 1분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엔 봄바람이 불었다. 반면 우리나라 증시는 박스권 장세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투자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이런 혼돈기에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 뭉칫돈을 모은 인기 펀드는 어떤 것들이었을까. 머니섹션 M이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34개 종류로 묶은 테마펀드를 중심으로 1분기 펀드 시장을 분석해 봤다. 이 중 자금을 가장 많이 모은 펀드는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였고, 멀티인컴펀드와 퇴직연금, 글로벌 하이일드펀드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인기와 수익률이 비례하진 않았다. 돈이 가장 많이 몰린 국내 주식형 ETF는 1분기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세금 폭탄 피하자… 국내 주식형 ETF 활황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주식형 ETF에는 1조5281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ETF란, 특정한 주가지수에 연계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여러 종목을 묶은 펀드와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적은 돈을 들여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1분기 중 국내 주식형 ETF가 인기를 끈 데에는 한층 엄격해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한몫했다. 매매 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가 연 2% 안팎이지만, ETF 거래 수수료는 연 0.5% 수준이다. 주식 개별 종목을 사고팔 때처럼 매매수수료를 내긴 하지만, 주식형 펀드의 환매 수수료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다만 개인 투자자로서는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현재 시장에 상장된 국내 주식형 ETF만 따져봐도 97개, 전체 ETF 수는 130개가 넘는다. 종목별로 수익률 차이도 크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 종목에 대한 꼼꼼한 조사가 필수다. 매매하기가 쉽고 수수료가 주식형 펀드보다는 저렴하지만, 너무 자주 갈아타면 의외로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러 자산 한 바구니에… 멀티인컴펀드 인기

테마펀드 중 자금 순유입액 순위로 2위를 차지한 멀티인컴펀드에는 1분기엔 4698억원의 투자자금이 들어왔다. 작년 말부터 본격 출시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큰 인기를 누린 셈이다. 멀티인컴펀드는 투자 대상 자산에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섞어 투자 위험을 줄인 한편, 많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투자 자산의 종류가 물가연동국채와 신흥국 채권, 장기채권부터 우선주와 배당주, 리츠까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신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재형저축펀드 상품으로도 다양한 멀티인컴펀드가 나왔고, 1일 기준 출시된 상품이 47개에 이른다. 다만 멀티인컴펀드는 안정적인 분산투자에 초점을 맞춘 상품인 만큼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中)위험·중(中)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올해 1분기 멀티인컴펀드 47개의 수익률은 1.9%였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34개 테마펀드 가운데 12위 수준이다.

◇절세 노린 퇴직연금, 위험 무릅쓴 글로벌 하이일드펀드

직장인의 노후 준비 1순위 상품인 퇴직연금펀드에도 3611억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에서 받는 퇴직금을 쪼개 받는 확정급여(DB)형, 외부 금융사에 운용을 맡기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에 따라 연금을 받는 확정기여(DC)형, 근로자의 은퇴준비 통장 개념인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분류된다.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퇴직금과 개인 자금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퇴직연금펀드는 통상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는 편이다. 또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합쳐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퇴직연금용 해외펀드에 가입할 경우엔 이익금에 대한 과세가 연금을 받는 시점까지 이연돼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던 자금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익을 내는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로도 몰렸다. 1분기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에는 3383억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하이일드 펀드란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 등급 이하의 기업이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할 때보다는 기대 수익률이 높고,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에서는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본이득이 발생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올해 1분기 3개월간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2.5% 수준이지만, 1년 수익률은 11.5%, 2년 수익률은 18%대로 전체 테마펀드 중 상위권에 들었다. 다만 은행 예금과 비교하면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돌발 악재가 터지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