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동포가 주민증 받은 기분"

"이 상(賞)은 제가 이 세상에서 지니고 살아야 할 주민증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래도록 불법체류자로 살던 연변 동포가 주민등록증을 받는다면 이런 기분일 겁니다."

8일 제23회 이해랑연극상 시상식이 열린 조선일보사 미술관은 연극계 선후배·동료를 격려하고 추억하는 눈물과 박수로 가득했다. 수상자인 연출가 이성열(51)씨는 "20년간 연극 말고는 아무 일도 안 했던 못난 저를 믿고 사랑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함께 일한 연극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키스', '여행' 등을 함께 만든 극작가 고(故) 윤영선씨의 이름에 이르러서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손숙씨는 "마음이 짠해지는 소감"이라며 좌중에 물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여러분, 연극 열심히 하실 거죠?" "네!" 하는 힘찬 대답이 울려 퍼졌다.

이해랑연극재단(이사장 이방주)과 조선일보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해랑연극상은 한국 연극사의 거목 이해랑(李海浪·1916~1989) 선생의 리얼리즘 연극 정신을 이어가는 국내 최고 연극상이다.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은 이씨에게는 트로피를, 부인 김선(46)씨에게는 상금 5000만원을 수여했다. 축사를 맡은 심재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는 "이성열씨가 지녀온 자유로움과 인문학적 정신이 오늘의 상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 김방옥 동국대 교수 등 심사위원을 비롯해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과 이민주·이석주씨 등 이해랑 선생 가족, 역대 수상자인 실험극장 이한승 대표(1회), 배우 윤주상(5회)·박정자(6회)·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10회)·배우 권성덕(12회), 연출가 김삼일(14회), 배우 전무송(15회)·손봉숙(18회)·정동환(19회)씨 등이 참석했다. 4회 특별상 수상자인 고(故) 김동원씨의 아들 김세환씨, 9회 수상자인 고(故) 서희승씨의 부인 손해선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차혜영 차범석연극재단 이사장, 차순주 인제대 의대 교수, 김혜련 서울시극단장, 박선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연출가 최용훈·박근형씨, 배우 오현경·이대연·정만식씨,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문순 이해랑연극상운영위원장(조선일보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