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완판' 비결은?

"저 같은 소시민에게도 그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년 작은 그림 한 점씩을 사기 위해 꼬박꼬박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2010년 성탄절, 노승진(64) 노화랑 대표한테 이런 엽서가 배달됐다. 엽서를 보낸 사람은 20대 후반의 은행 여직원. "매년 '작은 그림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밝힌 그녀는 이후 해마다 성탄절이면 엽서를 보내온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의 소품(小品) 균일가전 '작은 그림·큰 마음'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1991년 32명의 작가가 참여해 100만원짜리 소품 하나씩을 내놓았던 이 전시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 해마다 거의 '완판' 행진을 거듭해 왔다. 미술시장 호황이었던 2008년엔 '500만원 균일가전'도 시도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반발에 2009년부터 200만원을 고수해 왔다.

제주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은 '제주 생활의 중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왈종(67), 화려하고 강렬한 화면의 '잔칫날' 연작으로 유명한 고(故) 이두식, 누렇게 바랜 종이 위에 놓인 싱싱한 꽃송이를 그려 삶과 죽음을 대비시킨 이석주(61) 숙명여대 교수 등이 단골 출품 작가. 노승진 대표는 "한창 미술시장 경기가 좋았던 때엔 아침에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고, 요즘도 전시 첫날엔 평균 200~300명이 몰려든다"고 했다.

올해 전시는 10~17일. 김덕기·김태호·박성민·서승원·윤병락·이석주·이왈종·전광영·한만영·황주리(가나다 순) 등 작가 10명이 1~5호 소품 4~10점을 내놓았다. 작품 값은 모두 200만원이다. (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