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9 22:27

지역 생산물, 해당지역 마트가 판매… 유통단계 2개로 줄어
농가는 돈 더 받고 가격은 싸… 유통업체 "지역농산물 확대"

유통업체들 앞다퉈 나서 - 이마트, 연말까지 모든 신선식품으로 확대
롯데마트, 수도권 일부매장에 10일부터 지역 농산물 판매

대형 유통업체들이 '로컬 푸드'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로컬 푸드(local food)'는 보통 50km 이내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뜻한다. 그만큼 신선하고, 수송비 절감으로 싸다. 6단계에 달하는 유통단계가 2단계로 줄어, 소비자·생산자·유통업체 3자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마트는 9일 일부 지역의 채소에만 적용했던 로컬 푸드 시스템을 연말까지 가공식품을 제외한 모든 식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1일부터는 전남·북의 병어, 경남 전갱이 등 수산물에, 20일부터는 경남 안동 한우, 전남 함평 한우 등 축산물에 로컬 푸드 시스템을 도입한다. 연말에는 과일까지 확대한다.

대형유통업체 앞다퉈 진출

이마트 최성재 부사장은 "지난해 100억원이던 로컬 푸드 매입액을 올해는 450억원, 내년엔 7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점포도 올해는 대구와 인천으로, 내년에는 강원도까지 확대한다"고 말했다.

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농가에서 농민들이 인근 이마트에 납품할 채소를 차량에 싣고 있다. /성형주 기자

롯데마트는 경기도 남양주의 '전용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10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매장에서 판다. 창고 보관이 어려워 시세 변동 폭이 큰 시금치·열무·얼갈이 등 3개 품목에 우선 적용한다. 수확물은 산지에서 9~20㎞ 이내에 위치한 구리·잠실·송파·강변점 4개 점포에서 판매한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앞으로 상추·부추로 품목을 확대하고, 매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8일부터 시금치·대파·상추·부추 등 22개 품목을 서울 강동, 경기 남양주 등에서 직송해 서울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에서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안용준 생식품팀장은 "다음 달까지 수도권 나머지 6개 점포로, 품목도 올해 말까지 농산물의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자삼득(三者三得)

로컬푸드는 2000년대 초 북미 지역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 먹자'는 운동에서 시작됐다.

로컬푸드의 장점은 '생산자→산지수집상→시장→중도매인→협력사→매장 판매'로 이어지는 6단계의 유통 과정이 '생산자→매장 판매' 2단계로 줄어든다는 점에 있다.

경남 의령군 정왕식(60)씨는 매일 새벽에 수확한 양상추를 인근에 있는 이마트 7개 지점에 3년 전부터 수집상이나 중간 상인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가 정씨에게 주는 돈은 양상추 하나당 900원으로, 수집상을 통해서 팔던 때보다 150원 더 받는다. 또 정씨는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는 값싸게 먹을 수 있다. 이마트가 소비자에게 파는 양상추 가격은 1개당 1380원으로 기존 가격(1680원)보다 300원 싸다. 3~5일 걸리는 배송 기간이 1일로 짧아졌기 때문에 채소도 신선하다. 대형유통업체는 좋은 품질의 채소를 싸게 공급함으로써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체가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마트는 로컬 푸드의 가격이 기존 가격보다 최대 20% 싸다고 밝혔다. 농가에는 최대 20% 돈을 더 준다. 롯데마트도 로컬푸드가 기존 방식에 의한 식품 가격보다 최대 20% 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로컬푸드가 최대 55% 싸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로컬 푸드 시스템'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컬 푸드(local food)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로컬 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본래 식품 신선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유통단계가 줄면서 농민과 판매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게 됐다.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대표적인 로컬 푸드 운동이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