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는 밥… 한국인이 밥 안 먹고 살 수 있나요?"

통상 '트로트'라 부르고, '전통가요' '성인가요' '뽕짝' 등 별칭도 여러 가지인 이 노래들. 많이 듣고 부르는데도 '밤무대 노래' '유흥주점 노래' '옛날 노래'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겹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이중적 인식을 확 바꾸겠다며 트로트 젊은 피들이 나섰다.

톱스타 장윤정(33)·박현빈(31)을 필두로 쌍둥이 걸그룹 윙크(30)와 '땡벌'의 강진(58), 최영철(53), 홍원빈(43) 등 트로트 기획사 인우 프로덕션 소속 7명이다. 이들은 5월 4일 경기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트로트 대축제-인우 패밀리 콘서트 in 수원' 합동 공연을 연다. 'SM타운' 'YG패밀리' 등 아이돌 기획사 가수들이 소속사 이름을 걸고 합동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트로트 부대'의 총출동은 처음이다. 인우프로덕션은 '인우가 없으면 전국의 지방 행사장과 야간 업소들이 마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트로트계에선 영향력이 막강하다. '인우 패밀리' 7명을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최근 방영 시간이 5분 단축된 KBS 가요무대 얘기로 좀 무겁게 시작됐지만, 이내 흥겹고 구수하며 때로는 짠한 분위기로 흘렀다.

◇"트로트는 양푼비빔밥"

가수들은 가요무대 5분 축소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섭섭함을 토로했다. "가요무대에 많이 섰다"는 장윤정은 "60~70대 어르신들이 힙합을 들으며 소주 마실 순 없잖아요"라고 했다. "고상한 분들도 낮에는 팝송·가곡 부르다가 밤에 노래방 가면 모두 트로트만 부르잖아요. 지금은 트로트가 싫다는 젊은 사람들, 나이 들면 다 이해하더라"는 강진의 이야기에 장윤정이 대꾸했다. "본능이죠. 밖에서 스테이크 먹고 집에 와선 양푼비빔밥 먹는 것."

◇설움

이들은 트로트를 낮게 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애환도 털어놓았다. 최영철이 말했다. "예전에는 트로트 가수들과 젊은 가수들이 함께 어울리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어요. 밤업소에서도 밴드 하던 분들 노래하던 분들이 많이 자취를 감췄고요. 왜 우리는 우리 음악을 이렇게 천대하는 걸까…." 홍원빈에게는 데뷔 초기 수모가 아직도 한(恨)으로 남아 있다. "98년부터 노래를 했는데, 그땐 무조건 밤업소부터 뛰어야 했어요. 그런데 제 무대가 9시에 잡혀 있는데도 훨씬 인지도 높은 비(非)트로트 가수들에 밀려 자정 너머까지 기다린 적도 있죠. 그때의 비애감이란…. '음반을 내주겠다'는 사기꾼에게 속아 집도 한 채 날려 먹었죠."

◇희망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박현빈은 "주눅 들 필요 없다"고 했다. "대선배들의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재해석해 경연하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데, 아이돌 가수들은 트로트를 새로운 음악 장르로 동경하는 경우도 많아요." 최영철은 "전국을 누비며 팬들과 직접 만나는 그 자체가 립싱크는 꿈도 못 꾸는 '생라이브'"라며 "행사 가는 지역마다 사과다 참외다 두둑하게 받는 가수들 찾기 힘들걸요?"라고 했다. 윙크의 강주희는 "저흰 (장)윤정 언니·(박)현빈 오빠를 동경하며 오디션을 봤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이 '어머나'나 '부끄부끄'를 부르다가 힙합이나 외국 음악으로 잠깐 방황해도 결국 우리 음악으로 돌아올 걸요?"라고 말했다.

'트로트론(論)'을 역설하는 가수들에게 "한국인들에게 트로트란?"을 물었다.

"내 가족이면서 마음의 고향."(홍원빈) "태어나서부터 줄곧 함께 하니까… 그림자!"(박현빈) "김치! 늘 우리 곁에 있어 왔고, 안 먹던 사람도 나이 들면 찾게 되니까."(윙크)

문의 1588-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