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죽었다고?… 종이책 르네상스 곧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는 1986년 이래 이 남자와 손잡고 책을 낸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 로버트 프랭크는 사진집 23권을 그와 함께 작업했다. 예술출판계의 명장(名匠) 게르하르트 슈타이들(Steidl·63) 이야기다.

"사람들은 종이책이 죽었다고 하지만 나는 전자책 업계에서 퍼뜨린 소문이라 생각한다. 종이책은 '르네상스'를 맞이할 거다."

11일부터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슈타이들과 함께 책 만드는 법)'전(展) 참석차 방한한 슈타이들의 말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과 편집이 슈타이들이 만든 책의 특징. 15년째 슈타이들과 책을 내는 팝 아티스트 짐 다인은 "그와 함께 일하다 보면 나중엔 그를 위해 일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가난한 제빵사 아들로 태어난 슈타이들은 집에는 책이라곤 없었고, 대학 진학도 꿈도 못 꿨다. 독학으로 출판사 자격증을 땄고, 18세 때인 1968년 출판사를 차렸다.

독일 중부 대학도시 괴팅겐에 있는 그의 출판사엔 매년 약 1500건의 출간 의뢰가 쏟아진다. 직원 50여명의 지방 출판사에 전 세계 아티스트가 줄 서게 만든 비결로 그는 '속도'를 꼽았다. "우리 저자들은 대개 너무 바빠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 우리 출판사는 제지(製紙)와 제본만 뺀 전 과정을 아웃소싱 없이 손수 한다. 아이디어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1주일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책뿐 아니라 표지 일러스트, 갓 인쇄한 책 향(香)을 담은 향수까지 선보인다. "내 레서피를 소개하는 요리책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관객들이 책을 손으로 만져보고,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꼈으면 좋겠다." 10월 6일까지, 입장료 성인 5000원.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