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기타리스트' 슬래시… "나는 무척 내성적인 남자"

미국 하드록 밴드 '건즈 앤 로지즈'의 전성기(1980년대 말~90년대 초)의 가장 큰 공은 기타리스트 슬래시(48·사진)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마술사 모자 같은 탑햇(top hat)과 선글라스를 쓴 채 깁슨 레스폴 기타를 거의 수직으로 세워 연주하는 그는 수많은 '기타 키드'의 추앙을 받았다. 1996년 밴드를 탈퇴한 뒤 몇몇 밴드를 거쳐 현재 솔로로 활동하는 그가 작년 두 번째 솔로 앨범 'Apocalyptic Love'를 내놓은 데 이어 5월 9일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악스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2011년 첫 내한공연을 매진시킨 데 이은 두 번째 내한이다. 미국 LA에 살고 있는 그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두 번째 음반은 첫 앨범에 비해 덜 하드한 것 같은데.

"첫 앨범은 곡마다 보컬리스트가 달랐고 이번엔 마일스 케네디 혼자 다 불렀다. 두 음반이 매우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하드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여튼 이번 앨범은 무척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이다."

―마일스 케네디와 음반을 만들고 공연하는 이유가 있나.

"첫 앨범 때 마일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무척 맘에 들었다. 그래서 투어를 함께 하고 음반도 같이 만들게 됐다. 그는 대단한 보컬이고 궁합(chemistry)도 잘 맞는다. 지난번 한국 공연 때도 그 사실을 느꼈다."

―한국 팬들이 당신을 '짐승 기타리스트'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있나.

"하하하. 처음 들어본다. 사람들이 그렇게 볼 만한 요소가 나에게 있나 보다. (건즈 앤 로지즈 보컬인) 액슬 로즈가 나를 '반인반수(反人反獸·half man, half beast)'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냥 해본(tongue in cheek) 소리겠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모양이다."

―액슬과 함께 했던 건즈 앤 로지즈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는 그 밴드의 멤버였던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매우 뜻깊고 특별한 밴드였다. 우리는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사람들은 당신과 액슬의 관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오, 그 얘기라면 책 한 권 쓸 분량이다. 이제 그 얘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다."

두 사람은 음악적 견해차로 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점점 더 사이가 나빠졌다. 액슬은 최근에도 "슬래시가 내 건강을 해치려고 강제로 공연했었다"며 그를 고소했다.

―당신의 'Sweet Child O' Mine' 첫 반복 악절(riff) 역시 최고의 리프로 꼽히는데.

"그 리프는 독특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있을 뿐이다. 1초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리프가 정말 좋은 리프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항상 모자를 쓰는 이유가 있나.

"나는 무척 내성적인(introverted) 사람이다. 관객과 눈 마주치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무대 위에 서면 기타와 모자 뒤에 숨어 오로지 연주에만 열중하고 싶은 게 아닐까."

문의 (02)3141-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