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애니메이션)로 미국 접수, 이제 한 발 뗐죠"

한국 3D 하드웨어·콘텐츠 제작사인 레드로버가 캐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툰박스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만든 3D 애니메이션 '넛 잡'(Nut Job)이 내년 1월 북미 전 지역 300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 하회진(47) 레드로버 회장은 11일 "미국 10대 배급사인 오픈로드를 통해 개봉하기로 했다"며 "아시아 애니메이션 중 이번처럼 북미 대규모 개봉을 하는 것은 '넛 잡'이 최초"라고 했다.

'넛 잡'은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생쥐 버디와 다람쥐 셜리가 은행 강도를 막는 모험담을 그린 가족 애니메이션이다. 리암 니슨, 캐서린 헤이글, 브랜든 프레이저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작가 론 캐머런이 작업에 참여했다.

홍익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취업한 반도체 회사에서 3D 모니터를 접한 그는 2004년 '레드로버'라는 3D 하드웨어 개발·제조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3D 모니터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후반 작업 때 사용된 것을 비롯해 미국 CIA와 국방부, 보잉사 등에서 쓰고 있다. 하 대표는 "3D 모니터를 생산하면서 3D 기술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레드로버의 첫 작품인 3D 애니메이션 '볼츠 앤 블립'(2010)은 TV용으로 만들어져 KBS에서 방영되고 세계 100여국에 판매됐으며, 극장판으로도 제작됐다. 처음부터 극장용으로 기획한 '넛 잡'은 북미 영화 시장을 노리고 스토리와 캐릭터를 기획했다. 레드로버가 투자자와 배급사를 찾는 작업, 3D를 비롯한 CG 작업과 4D 작업 등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주도하고 캐나다의 툰박스 엔터테인먼트가 스토리와 캐릭터, 원화 등 제작 과정 일부를 맡았다. 하 회장은 "한국과 일본, 북미, 유럽의 애니메이션은 아주 다르다. 스토리과 캐릭터는 물론이고, 움직임까지. 물론 '홍길동'을 내세운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시장, 특히 북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했다.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면 우리만의 힘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