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면서 수익률 높은 해외 채권 저금리·고령화 시대 좋은 투자 대안"

"저금리·고령화 시대엔 해외 채권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작으면서 은행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서죠."

최근 대신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최초로 우리다시(賣り出し·매출이라는 뜻의 일본어)본드라는 신상품을 선보였다. 우리다시본드란, 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엔화 이외의 통화로 화폐로 표시해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이 일본에서 터키 리라화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하는 식이다. 우리다시본드는 일본에서 발행된 규모가 약 50조원 규모(2012년 기준)인데 주로 외국 기업들이 저금리인 일본에서 자금을 자국보다 좀 더 싼 비용으로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게 된다.

일본에선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하고 나서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인 '와타나베 부인'들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일본 국내에서 외국 통화에 투자할 수 있게 한 상품인데, 대신증권이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인 '김씨 부인'들을 겨냥해 상품을 들여왔다. 국내에선 많이 생소한 상품인데도 출시 이후 벌써 한 달여 만에 3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우리다시본드를 수입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안경환 대신증권 채권운용본부장(상무)는 "과거 10%대 금리를 주던 시기엔 1% 정도 수익이 낮아도 별 게 아니지만 2~3% 금리 시대에는 단 0.5%도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국내 예금 수익률로는 노후 준비는커녕 자녀 교육비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으로 우리다시본드란 상품을 발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1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안 상무는 채권 부문에서만 15년 몸담아온 채권통(通)이다.

"만약 일본처럼 제로금리가 된다면, 연 2~3%짜리 수익률이 나오는 선진국 채권도 충분히 유리한 투자처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우리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3%에 걸치고 있어서 참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보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신흥국 채권 외에는 딱히 대안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신흥국의 채권을 막무가내로 들여와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는 게 안 상무의 얘기였다. 그러던 중에 저금리 시대에 먼저 진입한 일본 사회를 살펴보다가 와타나베 부인들의 사랑을 받는 우리다시본드를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신용등급과 수익률은 높으면서 만기는 신흥국 장기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2년 6개월~4년 정도여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만기 전에 돈이 필요하면 증권사에 환매를 요청하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도 있다.

현재 대신증권이 파는 우리다시본드는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이 일본에서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 멕시코 페소, 남아공 랜드, 호주 달러 등 총 5개 통화로 발행한 채권이다. 투자자는 이 중에서 투자하고 싶은 통화를 고르면 된다. 안 상무는 "최근 원화가 약세로 움직이면서 한 달 전에 매수한 국내 투자자의 경우 벌써 9%대 환차익을 거뒀다"면서 "만기가 2년 6개월~4년 정도로 짧으면서 연 6%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재정이나 경기나 환 변동에서 가장 안정적이어서 5개 통화 중에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최근 이머징 통화 외에 호주 달러 표시 채권도 출시했는데, 수익률은 연 4.8%이면서 통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입니다."

다만 우리다시본드에 투자할 땐 환율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 채권을 미리 사 들고 있는 투자자에겐 해당국 통화가 강세가 될 때에만 환차익을 올릴 수 있다. 새로 사려는 투자자라면 해당국 통화가 현재 약세이지만 앞으로 강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 때 채권을 사야 추후 환차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안 상무는 "우리다시본드는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를 잘 활용하면 수익을 더 높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