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은빛 갈대 곁으로 '녹색 정원' 펼쳐진다

14일 오전 전남 순천시 오천·풍덕동 일대. 도심을 관통해 남해로 유유히 흘러가는 동천을 사이에 두고 111만2000㎡ 크기의 거대한 '시민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알록달록한 튤립 등이 만발해 있고, 팽나무·느티나무·먼나무·소나무 등이 신록을 뽐냈다. 오는 20일부터 6개월 동안 열리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이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정원박람회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공식 승인한 국제 행사다. 23개국 83개 정원과, 최첨단 조경·화훼 기술을 모아놓았다. 정원박람회는 150여년 전 유럽에서 열리기 시작했는데, 아시아에선 일본·중국·태국에 이어 네 번째로 열린다.

시민 정원의 나무는 491종 42만5000그루. 이 중 1만5000그루는 큰나무로 수령이 40~50년에 이른다. 나머지는 키가 작은 관목으로 3~4년생이다. 조직위 최태수 정원화훼부장은 "5년 후면 더 울창해져 이 숲이 훨씬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시는 박람회를 위해 2011년 3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나무를 기증받거나 구입한 뒤 헬기와 차량으로 옮겨와 심었다. 시가 운영하는 나무은행(시유림)에서도 나무가 공급됐다.

나무들은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었다. '지구정원 1번 나무(수령 50년·5t 소나무)'는 헬리콥터가 들어 올리려 해도 꿈쩍 않다가 막걸리 한잔을 부어주자 거짓말처럼 번쩍 들어 올려졌다고 한다. 베어지기 5분 직전 기증이 성사된 '5분 전 은행나무', 순천만 S자 수로를 빼닮은 'S자 소나무', 600년 된 '600살 할아버지 팽나무', 두 번 벼락 맞고도 한자리에 뿌리내린 '근심 먹는 은행나무' 등이 박람회장 곳곳에 서 있다.

 

정원박람회장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 초입에서 상류로 5㎞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았다. 순천시는 철새 보호를 위해 순천만 주변 전봇대 282개를 뽑아 전선을 땅에 묻었고, 자동차 불빛 차단용 가림막을 설치했다. 순천만에는 해마다 230여종의 새들이 월동·서식한다.

박람회도 순천만 보전을 위해 개최한다. 조직위 나승병 사무총장은 "순천만 생태 환경을 보전하고 도심이 순천만 쪽으로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생태축'을 조성한 것"이라며 "순천만에서 상류 5㎞까지는 자연 생태계를 완벽하게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은 습지센터·수목원·세계정원·습지 등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습지센터구역에 들어선 주제관 '국제습지센터(9954㎡)'는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홍보하고 체험하는 종합전시관이다. 습지센터 뒤편에는 너구리와 고슴도치·수달·오소리·육지거북 등이 모인 '야생 동물원'이 있다. 동천을 사이에 둔 박람회장은 한글 모양으로 디자인된 도보 전용 '꿈의 다리(길이 175m·폭 7.3m)'로 연결된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 때 한국관을 디자인한 설치미술 작가 강익중씨가 만들었다.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가 만든 정원 '갯지렁이 다니는 길'과 한국·네덜란드·미국·이탈리아·중국·일본 등 11개국의 '세계 정원'도 조성돼 있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작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박람회장을 덮쳤으나 한 그루의 나무도 상하지 않았다"며 "하늘도 순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