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주요 압수품 10년 전엔 골프채, 지금은 유모차"

"면세 범위를 초과해 반입하다 적발·유치된 물품을 보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상이 그대로 보입니다."

인천공항세관 휴대품과 지상균(48)씨는 인천공항세관 최장기 근무자다. 관세청에서 3년 근무한 걸 제외하고, 1998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세관건립 준비팀을 시작으로 줄곧 인천공항세관에서 일했다. 지난달로 개항 12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소회도 남다르다. "개항 첫해 164만명에 불과했던 공항 이용자가 지난해 3200만명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수 있죠."

'관세행정관'은 여행객들에겐 그리 반가운 직책은 아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전 관세행정관들 앞에서 '짐보따리'를 먼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균 관세행정관이 들려준 세관 유치품 변천사가 흥미롭다.

개항 초기만 해도 세관에서 압수되는 품목의 상당수는 골프채와 전자 제품이었다. 고가의 골프채는 '국민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치품'으로 간주해 30~40%의 특별소비세를 붙였다. 당시 세관 유치품 창고엔 '마루망', '미즈노' 같은 골프채가 가득했다. 일본 전자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보따리상'도 많았다. 세관에서 적발되는 이들 대부분이 보따리상이었다. "일본발 항공기 한 대에 보따리상이 수십명씩 타고 있어 승객 전원의 짐을 확인하는 일명 '토끼몰이' 검사를 하기도 했지요."

골프채와 일제 전자 제품이 자취를 감춘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골프채는 사치품이 아닌 스포츠 용품이 됐고, 품질 뛰어난 국산 전자 제품을 두고 굳이 '일제'를 사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명품'이라는 새로운 '적(敵)'이 나타났다. 명품 가방 유치 건수가 2008년 9000여개에서 2012년 5만3000여개로 여섯 배나 급증했다. 지 행정관은 "10여년 전엔 주로 보따리상만 집중적으로 검사했는데, 최근엔 여행자 대부분이 으레 '명품' 한 가지씩 사오다 보니 검사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예전엔 직감만으로 보따리상을 잡아냈죠. 눈빛이 불안하다거나, 반대로 행동이 지나치게 민첩하면 영락없어요. '후쿠오카 보따리'인지, '홍콩 보따리'인지 한눈에 알아볼 만큼(웃음). 하지만 여행국이 다양해진 데다 입국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요즘은 어림없습니다. 감(感)이 뛰어난 베테랑 행정관보다, 북유럽제 유모차·고가 와인 등 신(新)탈세품목에 대한 정보가 많은 젊은 행정관들이 실력 발휘를 하지요."

불법 의약·건강식품의 반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 행정관은 "농어촌 어르신들의 동남아·중국 단체 여행이 늘면서 현지 가이드의 꾐에 효과도 없는 불법 제품들을 사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양모 이불, 라텍스 등은 유치품 창고 단골이다.

인천공항세관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세관부문에서 2005년부터 8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관세행정관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승객들이 '왜 나만 검사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해올 때다. 지난해엔 세관 여직원이 검사에 항의하는 여행객이 던진 와인 병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공권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공항세관에서 탈세를 막지 못하면 경제 질서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