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홍성태 교수의 '영화로 배우는 경영'] ② 인빅터스, 가슴 떨림 없는 '매출1위' 같은 목표, 꺼내지도 말라

영화배우 출신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는 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퇴역한 경찰, 무능한 군인, 한물간 운동 코치 등을 통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영화가 바로 '인빅터스'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 관한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만델라는 1994년에 실시된 최초의 흑백 평등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지만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백인 지배 계층의 멸시를 '용서'라는 명분으로 참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빈곤과 질병에 뿌리 깊은 인종 문제까지 사분오열된 국민의 뜻을 하나로 합쳐 나아가기도 역부족이었다.

그때 만델라 대통령이 국민 모두를 뭉치게 할 화합의 도구로 주목한 것이 바로 국가대표 럭비팀이었다. 그는 거의 백인으로만 구성된 국가대표팀과 영국과의 경기가 벌어질 때 남아공의 흑인 국민이 상대팀인 영국을 응원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자국 내 백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때마침 남아공이 럭비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자 만델라 대통령은 우승을 목표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것을 결심한다.

영화에서 시급한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만델라 대통령이 월드컵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자 비서가 "럭비가 정치적 수단인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서슴없이 "물론"이라고 답한다. 그는 틈만 나면 꼴찌에 머물러 있던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애를 쓴다. 온 국민의 염원을 등에 업은 남아공 럭비팀은 결국 기적 같은 우승을 이뤄낸다. 피부색과 상관없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한 덕분에 서로의 벽을 허무는 역사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흔히 기업에서 비전을 계량적 목표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비전은 '점유율 1위 달성'이나 '매출액 성취'와 같은 계량적 목표가 아니라 가슴 설레는 꿈의 형태여야 한다.

오토바이를 만들던 혼다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의 반열에 올라서자 직원들에게 곧장 포뮬러 원(F-1) 대회 우승에 도전하자는 비전을 제시한다. F-1에서 일등을 한다고 당장 실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 전체가 마음으로 염원하는 목표를 공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엄청나다. 쿠바 사태로 곤경에 처하고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밀리던 케네디 대통령은 우주를 새로운 개척지로 삼는 '뉴 프론티어 정책'을 표방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진짜 목표는 달에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었다.

생텍쥐페리가 말했다. "배를 제대로 만들고 싶으면 일꾼들에게 목재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도록 일일이 지시하거나 일감을 배분하지 마라. 대신 저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하라."

인빅터스는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며, 영국 시인 윌리엄 헨리의 시이기도 하다. 윌리엄 헨리는 결핵균이 뼈에 전이되어 25세의 젊은 나이에 다리를 절단하는 시련을 맞는다. 이 시는 그가 26세 때 침상에 누워 쓴 것이다. 만델라 대통령은 감옥에서 절망이 엄습할 때마다 이 시를 암송했다고 한다.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구덩이 속같이 어둡다. 가혹한 상황의 손아귀에서도 나는 움츠러들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으련다. (중략) 분노와 비탄 너머에 어둠의 공포만이 거대하고 절박한 세월이 흘러가지만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으리.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