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이름'을 불러줬을 때, 매출이 쑥쑥 올랐다

경기 불황으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브랜드 네이밍' 마케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이란 제품이 가진 우월성이나 개성, 차별화된 전략을 가장 유리하게 표현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제품 속에서 소비자 기억 속에 콕콕 박히는 이름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고, 제품의 운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품 운명 좌우하는 브랜드 네이밍 마케팅

LG전자 에어컨 브랜드 '휘센'(Whisen)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바이오'라는 에어컨을 만들던 LG전자는 2000년 세계 최초로 3방향에서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컨을 개발하면서 이름을 휘센으로 바꿨다. 휘센은 회오리바람이라는 훨윈드(Whirlwind)와 보내는 사람(Sender)의 합성어. 시원하고 강력한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컨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휘몰아치는 센바람'의 앞글자를 딴 것이기도 하다. '휘'라는 단어에선 '바람'의 시각적·청각적 이미지가 느껴진다. 안태현 차장은 "휘센을 출시한 2000년 내수 시장 점유율이 전년보다 7% 상승했고, 일본의 마쓰시타를 제치고 세계 1위도 차지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네이밍이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제품을 이해하고 판단을 내리는 첫 번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이름은 소비자 입에 오르내리면서 경쟁사와 확고한 차별성을 갖게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Trout)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결정은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말한 것처럼 제품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명문제약의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도 브랜드 네이밍 성공 사례의 하나다. 키미테 원래 이름은 '스코로보' 였다. 스코로보가 잘 팔리지 않자 명문제약은 제품을 이름을 키미테로 바꿨다. 이후 소비자들은 이름만 듣고도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멀미약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시각·청각 이미지에 이야기까지 담아야

이름에 이야기를 담는 것도 소비자의 공감을 얻으며 쉽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다. '스타벅스(Starbucks)'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커피 원두를 볶는 작은 상점으로 시작했다. 당시 이름을 정할 때 미국 작가 허먼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스타벅은 열정적인 성격에 다정다감하면서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항해사로 묘사돼 있다. 박찬희 팀장은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비 딕을 찾는 독자가 매년 생겨나고, 이들은 스타벅이라는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스타벅스와 커피를 떠올린다"며 "덕분에 스타벅스는 전 세계 5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커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최근엔 브랜드 네이밍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매력적인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제품 개발자가 직접 브랜드를 정하거나 사내 공모를 통해 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엔 전문회사에 비용을 수천만원 지불하며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현 소장은 "이름을 정하기 전 소비자에게 선호도 조사를 하거나 전 세계적인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전문가의 법률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이름을 짓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일모직의 SPA(제조 유통 일괄)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8 Seconds)'는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호감을 결정하는 시간이 8초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한 8초 안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최신 유행을 빠르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중국 진출을 겨냥한 의도도 있었다. 심문보 부장은 "중국 사람들은 8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發)가 돈, 재산을 모은다는 뜻이 있어 8을 좋아한다"며 "브랜드를 정할 때 이를 감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