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人] "아직도 초보처럼 긴장"… 38년 베테랑 기관사의 告白

16일 오후 서울역. 부산행 KTX 열차가 전조등을 켜고 플랫폼에 들어오자 정창영 코레일 사장과 정복을 입은 기장 100여명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기관차에서 내린 박병덕(58·사진) 기장이 거수경례를 했다. "신고합니다. KTX 기장 박병덕은 오늘 날짜로 무사고 300만㎞를 달성했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박 기장이 이날 세운 '무사고 300만㎞' 기록은 114년 우리나라 철도 역사상 처음이다. 지구 둘레(4만㎞)를 75바퀴 돈 것과 맞먹는 거리. 서울~부산(423.8㎞) 구간을 3539번 왕복 운행한 셈이다.

박씨는 스무 살 되던 1975년 부기관사로 처음 기차를 몰았다. "어릴 때 대전에서 경부선 철길 옆에 살았어요.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흔들렸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친구 따라 시험 봤는데 저만 덜컥 붙었어요."

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2004년 KTX가 처음 개통할 당시를 꼽았다. 우리나라 첫 KTX 열차를 몰았다. 기장 생활 38년이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다. "KTX는 1초당 83m를 달려요. 잠시만 한눈팔아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늘 머리가 아프죠. 터널을 드나들 땐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데 그때마다 참 아찔합니다." "기장들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일이 종종 신문에 보도된다"고 하자 그는 말끝을 흐렸다. "6㎡ 좁은 기관실에 홀로 앉아 900여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38년 베테랑이지만 그는 "항상 초보 운전처럼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열차에 오르기 전엔 국물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다. 운행 중 소변이 마려울까 봐서다. 코레일엔 박씨를 제외하고 정년(58세) 전까지 무사고 300만㎞ 기록 달성이 가능한 기장이 총 3명이다. 박씨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은 6년 뒤인 2019년쯤 탄생할 전망이다. 박씨는 오는 6월 정년퇴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