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설치한 서버가 온돌 역할… 글로벌 기업들, 친환경 사옥 집들이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시스템스는 작년 12월 유타주(州) 리하이시(市)에 친환경 사옥을 열었다. 회사 임직원 1000명이 근무하는 이 건물은 유타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퉁불퉁한 언덕에 지어졌다. 겨울철 건조하고 추운 날씨가 오래가는 점을 감안,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건물 아래에 서버를 설치했다. 서버가 내뿜는 열이 온돌 역할을 한다. 어도비는 '서버 온돌' 덕분에 전기를 한 해에 52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년 동안 주택 45채에서 쓰는 에너지와 맞먹는 것이다.

어도비는 또 직원들이 매일 드나드는 사내 식당 식재료를 현지에서 수확한 재료만 쓴다. 먼 곳에서 식재료를 사 올 필요가 없어 유통 과정에서 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고,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어도비처럼 회사 사옥을 지을 때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전기와 가스, 수돗물을 덜 쓰는 사옥을 지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는 트렌드가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의 문구 전문 회사 고쿠요는 일본에서 친환경 사옥을 설립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8년 도쿄에 '에코 라이브 오피스'라는 사옥을 세웠다. 이 건물은 미리 입력해둔 그날의 업무 성격과 날씨에 따라 빛의 밝기가 조절된다. 아침 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백열등 같은 밝은 빛을 쓰지만,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는 전체 조명이 어두워진다. 사무실에 남는 직원들은 책상 위 개인별 조명 아래서 일에 집중한다. 사옥 건립 1년 후인 2009년에 이산화탄소를 44%,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46%와 55.5% 줄였다.

국내의 친환경 사옥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3월 완공한 제주도 다음스페이스닷원 사옥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에 적용된 빙축열 시스템은 심야 전력으로 얼음을 얼렸다가 낮에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냉기와 열을 이용해 냉방을 한다. 지하수가 부족한 섬 상황을 고려해 빗물 처리 시설도 설치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현지 환경에 최적화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면서 에너지를 16% 절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