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스타 별거야? 그냥 들이대, 으아"

웃기는 외모, 진지하지 않은 가사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화룡점정의 춤…. 싸이의 흥행 공식을 24년 전 상황에 대입하면 '김흥국의 호랑나비'가 나온다. 호랑나비가 다시 날아오른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입히고, 유튜브를 겨냥해 뮤직비디오까지 곁들인 2013년판 호랑나비를 발표하는 김흥국(54)을 16일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났다.

트레이드마크인 코털도 반백(半白)이 된 그는 수시로 휘젓는 팔동작과, '으아' 하는 감탄사, '으하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인터뷰는 그가 출연한 예능프로를 보는 동시에 '호랑나비'를 반복해 듣는 것 같았다. "미국에 가 있는 열세 살 딸이 스스로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죠. 작년 여름에 내려다 '강남스타일' 때문에 올봄으로 미뤘는데, 이번엔 '젠틀맨'이네요(한숨). '소나기(싸이)는 피해 가라'고 하는데 어느 구름에서 소나기가 내릴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싸이를 과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는 말에 김흥국은 "나라고 유튜브 스타 되지 말란 법 없다"고 응수했다. "호랑나비 말고도 트로트(59년 왕십리)·레게(레게파티)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면서 좋은 노래 많이 불렀어요. 나도 싸이처럼 우리 춤과 노래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고요."

클럽음악과 고속도로 휴게소 음악을 절반쯤 섞어놓은 듯한 전자음에 맞춰 '호호호호호 호랑나비…'로 시작하는 2013년판 호랑나비. 1989년 원곡에서 들을 수 없는 코러스와 에코 사운드도 등장하고, '숨을까' '숨었다' 등 자문자답(自問自答) 형식으로 이어가는 마무리도 감각적이다. '강북스타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뮤직비디오에서 김흥국은 화장실, 공원, 축구장 등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호랑나비춤'을 춘다. 반응은 '젠틀맨'보다 훨씬 극과 극일 것 같다. 뮤직비디오 연출자는 김흥국 자신.

"카메라 든 친구 한 명과 내 고향 번동, 내 히트곡의 배경지 왕십리 등 인연 있는 곳들을 다녔죠. 싸이에 대한 상도의 차원에서 강남은 안 갔어요. 시민들에게 다가가 무작정 같이 찍자고 부탁하니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내가 원래 대학 총장 아닙니까. '들이대(大)'라고. 으하하하. 호랑나비를 등장시키고 싶어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까지 내려갔는데, 비닐하우스에서 월동한다고 해 허탕 친 게 아쉬워요."

고교 졸업 후 1979년 밴드 드러머로 출발해 가수 생활 34년째를 맞은 김흥국. 여전히 '호랑나비 가수'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노래와 춤을 보고 즐거워하고 사랑해줬던 분들에 대한 선물이죠.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호랑나비는 내 삶을 바꿔주고 애환을 풀어준 고마운 곤충이죠. 중견 가수들의 무대가 많이 없어졌지만 세월을 두려워하면 어떻게 삽니까. 일단 마음먹으면 들이대는 거죠."

연예계의 소문난 축구광이자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최측근인 그는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결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무소속으로라도 나가 봉사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봐서 접었어요. 정치는 남자로서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죠. 언제든 찬스는 와요. 일단 이 정도까지만 말할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