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人] "女性천하서 30년… 처음엔 수술실서 쫓겨나기도"

"처음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수술을 집도하는 교수가 '자네 왜 이 수술실에 들어오나, 썩 나가게'라고 호통을 쳤어요. 남자 간호사라니까 다짜고짜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간호사=여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제 우리나라엔 남자 간호사가 6200명이 넘는다. 20일 국내 처음으로 대한남자간호사회가 발족했다. 초대 회장은 '서울대병원 최초의 남자 간호사'인 김장언(54)씨. 1984년 간호사가 되어 그동안 8000건이 넘는 수술을 보조한 30년차 베테랑이며, 현재 서울대 어린이병원 수술실의 수간호사다.

남자 간호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그는 '간호사는 여자'라는 편견을 꼽았다. 그가 겪은 첫 번째 '시련'은 1979년 서울대 의과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할 때다. 당시 부모는 아들이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걸 극구 반대했다. "친구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실 수가 없으셨나 봐요. 사실 저도 친구들에게 명함을 내밀기가 껄끄러울 정도였으니까요."

1984년 서울대병원에 입사할 때 간호사 동기 100여명 중 남자는 그 혼자였다. 30년차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힘든 점이 "동료와의 소통"이라고 했다.

"스트레스 쌓이면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여자 동료와의 술자리는 부담스러웠어요.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 남자 후배들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수 많은 여자 동료와 후배들 속에서 어색하고 외로웠다. 그는 "여자들 속에 섞여 30년이나 일했는데 아직도 여자 심리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원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고3 때 읽은 신문 기사 한 줄이 인생을 바꿨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에 최초로 남학생이 입학했다'는 기사였다. 김 간호사 전에 남학생 네 명이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그중 2명은 서울대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취직했고, 2명은 2학년 때 자퇴했다. 그래서 김 간호사가 서울대병원에 들어갔을 때 '서울대병원 최초의 남자 간호사'가 될 수 있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남자 간호사가 1000명 넘게(1019명) 배출됐다. 2013년 현재 남자 간호사는 전체 등록 간호사(29만여명)의 2% 수준.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8500여명에 달해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씨는 "간호사를 많이 채용하기 어려운 지방 병원에서는 체력이 좋아 혼자서 두세 가지 일을 거뜬히 처리해 내는 남자 간호사가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