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제품을 回春시켜라… 리브랜딩 마케팅(rebranding·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 활발

불황엔 '장수(長壽) 제품'이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시기엔 소비자들이 새 상품을 사기보다는 익숙하고 품질이 검증된 물건을 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됐다고 다 그런 건 아니다. 소비자 눈길을 끌지 못하는 오래된 제품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일 뿐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변신해야 한다. 이때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 중 하나가 '리브랜딩(rebranding)'이다. 리브랜딩은 소비자 기호나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제품·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제품·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광고 콘셉트, 이름을 바꾸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리브랜딩 나서는 장수 제품들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수 제품들이 최근 리브랜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리브랜딩을 통해 상황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사례로 꼽힌다. 박카스는 2011년 7월 의약외품으로 지정되면서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박카스가 강조해 왔던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때 택한 광고 전략이 약으로서의 효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수험생,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피로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여주며 '박카스=피로회복'이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것이었다. 2012년 박카스가 방영한 광고는 지난달 말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한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 대상'에서 전파부문 대상을 받았다.

제품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리브랜딩 전략 가운데 하나다. 1974년 출시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제품이 가진 '추억'의 이미지가 자칫 낡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이달부터는 제품이 가진 친근한 느낌을 강조하는 광고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 광고를 만든 기획사 관계자는 "험상궂어 보이는 직장 선배가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는 장면을 보는 순간 좀 더 부드러워 보인다는 등의 상황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정(情)'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온 오리온 초코파이도 광고 콘셉트를 지난달부터 180도 바꿨다. 과거 초코파이 광고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노래가 나왔다.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 등의 대사를 등장시킨다.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오리온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가진 자유 발언 이벤트에 1000여명이 몰리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브랜드 이름도 바꾼다

브랜드 이름은 곧 자산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이름을 통해 브랜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이름까지 과감하게 바꾸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미국 화물운송업체 페덱스의 리브랜딩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는다. 원래 이름이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였던 이 회사는 1994년 이름을 '페덱스(FedEx)'로 줄여 신속함을 강조했다. 새로 만든 로고에서는 E와 x 사이에 화살표가 생기게 해 신속함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필립 코틀러는 저서 'B2B 브랜드 마케팅'에서 "(영어에서) '페덱스하다'라는 표현이 택배를 보낸다는 뜻으로 쓰이게 될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리브랜딩이 늘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국적 담배제조회사 필립 모리스 그룹이 2003년 회사 이름을 '알트리아 그룹'으로 바꾼 건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회사명을 바꾼 건 담배 제품명이기도 한 '필립 모리스'라는 이름이 식품 등의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필립 모리스는 리브랜딩 계획을 발표한 후 "담배를 피우는 미국 미성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 (알트리아가 제조하는) 말보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름만 바꿨지 본질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