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인 엄마에게 미안해 미뤄왔던 무대 드디어…"

"매년 5월이면 곳곳에서 디너쇼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어머니 생각에 차마 나설 수 없었어요."

가수 현숙이 생애 처음 '디너쇼'를 한다. 다음 달 3일, 4일 이틀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효사랑나눔 디너쇼'를 연다. 데뷔 34년 만이다. 팬층 두터운 중견 가수들만이 설 수 있다는 디너쇼 무대에 욕심 난 지 오래이지만, 중풍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첫 무대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현숙을 국민가수 반열에 오르게 한 히트곡 '정말로'부터 지난달 발표한 신곡 '나의 이상형'까지 대표곡들을 아우른다. 소프라노 김형애와 '나의 어머님'을 열창하고, 남성 4인조 성악 앙상블 '인치엘로'와 칸초네 곡도 함께 부른다. 연주는 '정말로'를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은 작곡자 김정택 SBS 오케스트라 단장이 맡는다. 현숙은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공연에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1979년, 스무 살 현숙은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 가지고 전북 김제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어머니는 쌀 한 말, 김치 한 통, 만원짜리 한 장을 챙겨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성공해서 어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 다짐에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다짜고짜 작곡가들을 찾아다녔다. 김정택 단장을 만난 것도 그때다. 김 단장은 "나를 대접하겠다며 '겨우' 짜장면 한 그릇 시켜놓곤 눈물로 사정을 하는 앳된 소녀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 순간 김 단장 머릿속에 떠오른 멜로디가 '가슴이 찡하네요 정말로…'다.

'정말로'부터 '건곤감리청홍백'까지 80년대 현숙은 인기가도를 달렸다. 1980~1982년 3년 연속 MBC 10대가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해서 효도하겠다'는 꿈을 이루게 됐을 때, 부모님의 건강은 예전 같지 않았다.

1989년 아버지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의 중풍도 악화됐다. 부모가 아프면 간병인을 두거나 요양 시설에 보내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시대였지만 현숙은 직접 부모님의 대소변을 받아냈다. 그는 "때론 공연장까지 모시고 가 중간 중간 안부를 살피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부친은 1996년 세상을 떠났다.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현숙은 '효녀가수'로 다시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 가수 인생의 제2막도 열렸다. '요즘 여자 요즘 남자', '춤추는 탬버린', '사랑하는 영자씨', '월화수목금토일' 등을 잇따라 히트하며 명성을 되찾았다. 무대에 서는 것뿐 아니라 '공연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돕는 일로 바빠진 것도 이 무렵이다. 2004년부터는 매년 한 지역에 5000만원 상당의 이동목욕차량을 기증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다. 200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계속 어르신들의 목욕을 돕는다. 다음 달엔 연평도를 찾아간다.

"부모님 병수발 하며 병상에 있는 어르신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는 현숙은, 이번 디너쇼 수익금을 전액 복지단체에 기부해 우리 사회 '부모님'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