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피할수 없다면 벌어라" 큰손들 재팬 재테크

"지금까진 그냥 쳐다만 봤는데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자산가 김모씨)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일본의 엔저(低) 정책을 묵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2일, 금융회사 PB센터에는 일본 투자와 관련된 상담이 줄을 이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상무는 "G20 회의를 계기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주말보다 1.9% 상승하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만3568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는 이미 전 세계 투자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22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11~17일 선진국 주식형 펀드 중 일본 주도의 아시아 퍼시픽 주식형 펀드로 27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이고, 이 기록은 올 들어서만 3차례 경신됐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기조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감내하면서까지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큰손 고객들의 일본 투자 문의가 이어지자, 일부 증권사들은 직원들을 일본에 급파해 현지 경제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많이 올랐다" vs. "더 오른다"

현재 국내에서 일본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일본펀드나 일본리츠(부동산 간접투자상품)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둘째, 일본에 상장된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 셋째, 한국에 상장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나 일본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이다.

이 중 가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일본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펀드는 최근 수년간 돈이 빠져나가기만 했는데, 올 들어선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본리츠펀드는 올 들어 3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타 공인 '괴물 펀드'로 등극했다. 수출 호조를 예상한 일본 기업들이 사무실을 확장하면서 부동산 임대료가 뛰자,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가 고공행진을 한 것이다.

일본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해외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에서 주식계좌 개설 후 원화를 입금하고(실시간 환전 가능)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오프라인 주문이어서 수수료는 다소 비싸다(통상 거래금액의 0.5%). 한국에 상장된 일본 기업은 SBI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와 SBI액시즈(전자결제업체) 등 2개 종목뿐인데, 이들 종목 주가는 올 들어 각각 44.9%, 23.7% 올랐다.

◇엔저에 울고 웃는 업종은?

자동차·IT 등 일본과 경쟁하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은 엔저 흐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 기업은 가격을 낮춰도 같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수출 단가를 내릴 수 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악재다. 반면 국내 호텔·여행업종은 엔저가 호재가 될 수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호텔, 여행업종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운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중국인들이 여행지로 일본보다 한국을 선호하고 있고, 엔화 약세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 여행업종이 엔저 현상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