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들이 재잘거리며 바쁘게 차밭 위를 날아다녔다.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 서광다원은 여린 초록빛 찻잎이 한창 올라오고 있었다. 서광다원을 관리하는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장원 김용환(41) 부장은 “지난 9일 올 햇차를 처음 수확했다”면서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인 우전차(雨前茶) 수확이 시작된다”고 했다.
◇올 햇차 4월 말 수확
전국적으로 햇차 수확이 시작됐다. 햇차는 이름이 많다. 우전차, 세작차(細雀茶), 첫물차라고 부른다. 우전차는 곡우 즈음 수확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작차는 찻잎이 참새(雀)의 혀처럼 작고 가늘다(細)는 뜻이다. 첫물차는 그해 처음 수확해 덖은 차라는 말이다. 첫물차는 4월 말에서 5월 초, 두물차는 6월 말에서 7월 초 채엽한다. 세물차는 8월 초 수확할 수 있지만, 내년에 나올 찻잎이 여기서 자라나기 때문에 따지 않고 놔둔다. 네물차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수확하는데, 품질이 떨어져 현미와 섞어 현미녹차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이른 봄 수확하는 우전차가 높이 평가받는 건 물론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김용환 부장은 "차 특유의 감칠맛은 아미노산에서 나온다"며 "첫물차는 아미노산 함량이 3~4%인 반면 여름차(두물·세물차)는 1.3~2%, 가을차(네물차)는 1%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차 재배에 이상적 조건 갖춘 제주도
차나무는 연평균 14도 이상으로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으면서도 그늘이 있어야 잘 자란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뿌리에 물에 고여 있으면 쉽게 썩는다. 일본 후지산이나 중국 황산처럼 습기가 많고 서늘한 깊은 산속 계곡이나 안개가 끼는 지역이 차밭으로 선호된다. 그래서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에선 차밭을 물이 잘 빠지는 산비탈에 조성했다. 제주도는 화산 토양으로 유기물 함량이 높아 비옥하면서도 흙 사이 틈이 많아 물이 잘 빠진다. 그래서 서광다원을 포함해 아모레퍼시픽이 제주도에 가지고 있는 차밭 세 곳은 모두 평지에 있어도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