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량지로 봄나들이를 끝낼 수 없다. 도곡온천을 거쳐 이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천불천탑(千佛千塔) 도량 운주사다. 굳이 설명은 필요 없는 절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렇다.
2008년 4월 산불이 났다. 한식 성묘객 실화(失火)였다. 절 주변은 민둥산이 됐다. 송림도 사라지고 웬만한 나무들은 다 사라졌다. 진즉에 일어섰을지도 모를 운주사 와불(臥佛)도 땡볕에 누워 북극성을 바라본다. 장담컨대 여러 번 찾은 사람이든 처음 찾는 사람이든 운주사에 가면 체류 시간은 예정보다 훨씬 늘어난다. 도처에 목격되는 석불과 석탑, 바야흐로 산 위로 사라져가는 봄의 꼬리가 당신을 붙잡는다. 민둥한 석불처럼 민둥한 산에는 지금 진달래와 산벚꽃이 만발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고? 운주사에서 나주 쪽으로 15분만 남하한다. 불회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초입은 편백나무 숲이다. 숲 입구에는 돌장승 한 쌍이 있다. 무시무시한 할아버지, 익살맞게 웃는 할머니 장승이다.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왼쪽 기슭에 보호수가 있다. 연리목(連理木), 밑동이 붙어 있는 나무 두 그루다. 바위 위에 곡선을 그리며 누운 나무 밑동이 그 뒤에 버티고 선 나무 밑동 속으로 들어가 있다. 관능적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뒤편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선운사 동백만큼 웅장한 동백 숲이 있다. 지금 동백은 땅에서 피고 있다. 봄을 알리는 파란 개불알풀꽃, 겨우내 미라가 된 낙엽 틈새로 붉은 꽃이 눈물처럼 피고 있다. 세량지에서 불회사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면 한 시간. 그 사이에 봄은 당신을 스치며 사라져간다. 비밀의 정원에 관한 보고서 끝.
여행수첩
교통: (광주광역시 이북 지역 출발 기준) ①세량지:호남고속도로 산월IC에서 제2순환도로 신창·수완지구 빠진 후 직진→톨게이트 두 번 지나고 금당산터널→효덕교차로에서 목포-광주대학교 방향 우회전→칠구재터널 지나서 1.5㎞ 오른쪽 세량리 입구→이후 좁은 시멘트 포장길 끝에 주차장. 세량지는 주차장 옆 굴다리로 걸어갈 것. ②도곡온천지구:세량지에서 나와 817번 도로 지강로로 4㎞ 직진→운주사-도곡온천 방면 우회전. 이후 이정표. 20분. ③운주사:도곡온천에서 나와서 우회전. 이후 운주사 이정표 따라갈 것. 30분. ④불회사:운주사에서 나와 나주 방향 우회전 후 15분.
맛집: ①아침 식사:도곡온천 입구 못미쳐 느티나무집(061-374-1505) 추천. 생태탕(1만원), 돼지고기쌈밥(9000원) 등 풍성. ②장원봉할매곰탕(374-5914):가마솥사골곰탕(8000원), 꽃게칼국수(5000원, 2인 이상), 수육(1만5000원부터), 청국장(7000원, 2인 이상) 등 메뉴 다양. ③곰탕집 옆 퓨전한식당 봄날(374-0211):꽃게 정식(1만2000원) 등.
숙박: ①도곡온천지구 내 도곡스파랜드:주중 5만원부터. (061)374-7600, www.okspa land.co.kr ②미송온천호텔:역시 도곡온천지구. 주중 4만원부터 (061)811-3333, 1349.evna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