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파워 수트' 없이도 그는 영웅될까

혁신적인 수트(철갑)나 숨 가쁜 액션을 기대했다면 '아이언맨3'에 실망할 것이다. 명색이 아이언맨인데 수트를 입지 않고 싸울 때가 더 많고, 가슴을 때리는 시원한 액션 쾌감은 1편보다 훨씬 덜하다. 대신 값비싼 갑옷을 두른 인간에 지나지 않은 아이언맨이 왜 수퍼 히어로인지를 고민한다. 영리한 선택이다. 세 편 연속 요란하게 쿵쾅대다간 흥분으로 시작해 식상함으로 끝을 맺은 '트랜스포머' 꼴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아이언맨3'는 호흡을 잠깐 가다듬는다.

불안 증세를 보이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새로운 아이언맨 수트를 만드는 데 집착한다. 그 사이 최악의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슬리)과 과학자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은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스타크의 저택에 공격을 퍼붓는다. 싸움에서 진 스타크는 한 시골 마을에 착륙하고, 그곳에서 꼬마 괴짜 할리(타이 심킨스)의 도움을 받아 고장 난 수트를 고치며 재기를 노린다.

따지고 보면, 아이언맨의 실체는 수퍼맨·스파이더맨보다 훨씬 초라하다. 세계적 재벌 2세라 돈은 많지만 초자연적인 능력은 없다. 트라우마도, 정체성의 고민도, 싸울 명분도 없이 수퍼 히어로가 됐다. 이런 아이언맨을 진정한 의미에서 수퍼 히어로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편은 아이언맨의 본질이 고가의 수트가 아니라 스타크의 정체성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시골에서 만난 꼬마에게 스스로를 '정비공'이라고 소개하고, 결국 여기서 돌파구를 찾는다. 수트가 고장 나자 스타크가 철물점에 있는 평범한 도구들로 무기를 만들어 만다린의 저택에 잠입하는 장면이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뭔가를 만들고, 그걸 자신이 직접 써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스타크의 '정비공' 본성이 아이언맨의 수퍼 파워다.

스타크가 밤새 만든 아이언맨 수트 42벌 모두 악당과의 전투에 동원된다. 하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떼로 나오는 바람에 수트 고유의 기능과 디자인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런 특징 없이 규모로만 승부하려는 액션이라 밋밋하다. 오히려 아이언맨 혼자 고공에서 비행기에서 떨어진 승무원 13명을 구출해내는 장면은 간결하면서도 긴장감이 살아 있다. 실제 스카이다이빙팀을 동원해 실감 나게 찍은 이 장면을 제외하자면, 3000원을 더 내고 3D로 볼 이유를 못 찾겠다.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가 도움만 받는 여자 친구 역할을 탈피해 반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실체 없는 공포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조롱하는 악당도 귀엽기까지 하다. 반면 레베카 홀이 연기한 과학자 마야 한센은 충분히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는데 '10여년 전 스타크와 하룻밤을 보내서 인생이 바뀐 여자' 정도에서 그친다. 그럴 거면 연기 잘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영국 배우를 굳이 쓸 필요가 있었을까.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